가치주 대세라는데...철강업, ‘오.빠’ 장세 지속

입력 2022-03-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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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의 금리 정상화에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유동성이 이동하고 있지만 대표적인 가치주인 철강종목은 ‘오.빠(오를만하면 빠지는)’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치주에 우호적인 환경이지만 정작 각 종목의 실적개선은 물가 상승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대표 철강주 포스코홀딩스(PER 3.95배)를 비롯해 현대제철(3.81배), 동국제강(2.99배), KG동부제철(5.84배) 등의 주가 흐름은 공통적으로 (우크라이나 철강공장 피해 반사이익 영향 등으로) 23일까지 상승세를 나타나내다가 이후로는 다시 약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종목의 PER 역시 기준점인 10배수를 밑도는 상황이다.

이재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는 “장기적으론 탈탄소화 흐름에 따른 원가 상승과 에너지 전환 관련 수요 증가가 철강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이 달갑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원자재 가격 부담을 납품 판매가에 얹어 매출액은 늘어나도 정작 영업이익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한국기업평가는 인플레이션 상승 영향으로 올해 철강업 전반의 사업환경을 기존 ‘우호적’에서 ‘중립적’으로 끌어내렸다.

우크라이나 사태 전부터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 업체는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로 1, 2월 후판(두께 6㎜ 이상 철판) 가격을 1톤당 2만~6만 원으로 올렸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기름을 부은 상황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철강 및 금속 섹터의 지난 한 달간 수익률은 8.98% 증가했지만 컨센서스 변동률은 오히려 1.26% 떨어졌다.

최근 한 달 동안 증권사들은 1분기 포스코홀딩스의 예상 매출액을 전년 동기 대비 4조 원 증가한 20조 원으로 예상했지만 영업이익은 960억 원 오른 1조6484억 원으로 내다봤다. 예상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이 약 12배 이상 적은 셈이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 현대제철 역시 마찬가지다. 1분기 현대제철의 매출액은 6조6043억 원으로 전망되지만 영업이익은 10배 적은 6252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은 타 철강사들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종의 매출액 증가에도 당기순이익 기반의 주당순이익(EPS)과 PER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NH투자증권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치주에 우호적인 환경이지만 물가 상승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해 이익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공급 차질에 따른 비용 상승이 주도했다”며 “소비자물가지수 대비 생산자물가지수 상승 강도가 가파른 상황에서 당장은 공급 차질로 인한 비용 상승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생산자 및 소비자 물가와 상장사 영업이익률 간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 업종이 많았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 속도가 점진적으로 상승하면 기업이 적응할 수 있겠지만, 단기간 내에 급등하면 기업 이익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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