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68년 만에 지방 이전 앞둔 산업은행, 예산·효율성 기초조사도 안했다

입력 2022-03-28 05:00수정 2022-03-2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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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단골 소재로 등장…금융권 "정치적 결정 아닌 정책적 결정 돼야"

(산업은행)

68년 만에 산업은행의 본점 지방 이전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전에 따른 효과, 기회비용 등 정량적 지표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채 졸속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선 산업은행 이전이 단순히 지방균형발전과 금융중심지 활성화라는 공약에 끼워 맞추는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충분한 조사에 기반한 '정책적' 결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27일 산업은행 내부 핵심 관계자는 “이전에 관한 비용이나 예산 등을 검토한 자료는 없다”며 “인수위에서도 관련 내용이나 자료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들 역시 “산업은행 이전 비용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는 곳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산업은행 이전 비용과 관련한 자료는 산업은행 노동조합이 3년 전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나온 대략적인 수치가 전부다. 당시 금융경제연구소에서는 산업은행 이전에 드는 비용과 이전으로 얻게 될 추정 이익과 비교해보면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놓았지만, 지역이 정해지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내놓지 못했다.

2016년 국회예산정책처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재정 투입 규모를 분석한 결과인 기관당 평균 716억 원이 투입됐다는 점만 참고해 비슷한 수준에서 재정 투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할 뿐이다.

산업은행의 본점은 서울에 둔다는 것은 법으로도 명시돼 있다. 1953년 12월 30일 한국산업은행법 제정 때 '한국산업은행법' 제3조 1항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였다. 지금은 조항이 '제4조 1항'으로 바뀌었지만 해당 내용이 수정된 적은 없다. 이번에 본점이 부산으로 이전한다면 법 제정 68년여 만에 조항 내용이 바뀌는 것이다.

산업은행 본점의 이전은 국책은행의 기반이 이동하며 기업ㆍ정책금융의 방향성과도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이전 효과를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이전을 주장하는 측과 방어하는 측 모두 구체적인 효과 분석 없이 찬성과 반대의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 꼴이다.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은 선거철마다 정치권의 단골 소재로 활용됐다. 2019년에도 산업은행 본점을 지방에 두기 위한 발의가 이어지는 등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 이슈가 다뤄졌다. 당시 산업은행 이전 이슈는 정책적인 결정보다는 정치적인 입김이 들어갔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 이전 문제는 선거철마다 나왔다”며 “이번에는 부산이지만, 이전에는 전북과 부산이 후보지였을 뿐 크게 논리 대결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산업은행본점 이전은 다른 금융기관과 연계해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산은만 콕 집어서 이전하라는 것은 이런 부분이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2018년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역시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치열해지는 각국의 금융중심지 조성 경쟁,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영업축소 전략 등 주어진 환경 속에서 금융중심지 정책은 긴 안목을 갖고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금융중심지 정책을 통해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다각적인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개발 등을 위해 당연히 산업은행의 정책금융을 활용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라면서도 “자체적으로 돈을 벌어 정책금융을 하기 위해선 금융회사·글로벌 투자회사들이 모여있는 서울에 본점이 있는 게 유리하다는 점을 고려한 합리적인 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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