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세…전세가격 오를수도"
대선 이후 꽉 막혀 있던 신규 전세 거래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출규제 완화 공약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2일 현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전용면적 66㎡형은 6억 원, 전용 59㎡형은 4억3000만 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같은 주택형의 전세 매물이 현재 각각 8억 원, 6억 원에 나와 있지만 이보다 1억7000만∼2억 원가량 낮춘 급전세들이 먼저 거래된 것이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아이파크 전용 84㎡형도 지난해 가을(10억 원) 대비 2억 원 이상 저렴한 7억5000만∼8억5000만 원대의 급전세들이 지난주 계약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천구 목동 A공인 관계자는 “전세 시장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재계약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신규 전세는 지난가을 대비 2억 원 가까이 낮춘 금액에도 거래가 안 됐는데 지난주 갑자기 여러 건이 소화됐다”며 “이달 초까지 급전세도 안 나가더니 대선 이후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신규로 나온 전셋집은 들어올 세입자가 없어 한 달 이상 비어 있는 곳도 있었는데 이번에 일부 소화가 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꽁꽁 얼어붙었던 전세 거래가 일부 증가한 것은 대통령 선거 뒤 전반적인 규제 완화 기대감과 함께 윤 당선인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폐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 완화 공약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꽉 막혔던 전세자금대출 규제가 다소 해소될 조짐을 보이면서 급전세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대선 이후 그동안 전세자금대출 중단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한 가계대출 총량관리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출규제가 완화되고 전세대출이 본격적으로 원활해지면 전세가격이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른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주거 상향 이동’을 포기했던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전세와 달리 월세는 계속해서 강세를 보인다. 최근 급전세가 나와 있지만, 집주인들이 시세대로 전세 재계약을 원하면서 전세 인상분을 상당수 월세로 돌리고 있어서다. 종합부동산세 등 급등한 보유세 부담을 임대료에 전가하려는 집주인도 많다.
금리 인상도 월세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시중의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세입자들이 은행 이자보다 월세를 올려주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전세 대출 금리가 상승한 것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올해 가을부터는 계약갱신청구권의 사용이 만료되는 매물들이 신규계약으로 전환되면서 전세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