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임기ㆍ시장상황 고려시 3위 수성도 힘겨울 듯
26일 업계에 따르면 그리말디 사장이 취임한 이후 2007년과 2008년 기아차와 GM대우 양사실적을 살펴보면 판매실적 차이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 GM대우는 내수판매(완성차 기준) 13만542대를 기록, 27만1809대를 판매한 기아차와 14만1267대의 판매실적 차이를 나타냈다.
그리말디 사장은 당시 "내수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를 따라잡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임기 내에 기아차를 제치고 업계 2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자신감과는 다르게 지난해 양사의 판매실적은 더 큰 차이를 나타냈다. GM대우의 경우 내수시장에서 총 11만6520대를 판매, 2007년 실적보다 오히려 10.7%가 줄었다.
이에 반해 기아차는 모닝 등을 포함한 소형차들의 판매실적에 힘입어 내수시장에서만 31만5276대를 팔아 지난해 완성차 업계 중에 유일하게 판매신장세를 기록하는 등 약진했다.
GM대우는 오히려 업계 하위업체인 르노삼성자동차의 2008년 판매실적(10만1981대)과 점차 격차가 줄어들어 내수시장 점유율 3위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GM대우의 지난해 실적이 이처럼 저조했던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융 위기로 인해 국내외 자동차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데다 특히, 자동차 판매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자동차 할부금융 경색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금융경색과 수요부진은 GM대우를 포함한 모든 완성차업계에 해당됐던 일"이라며 "비록 GM대우의 경우 완성차의 90% 이상을 수출하고 있지만, 그리말디 사장이 내수시장에 대한 비중을 크게 두지 않는 것도 내수판매 부진의 하나의 이유"라고 말했다.
GM대우의 이같은 내수부진으로 인해 지난 2007년 8월 GM대우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내수시장 판매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한 바 있다.
그리말디 사장은 이에 대해 전면 부인하면서 "내수판매는 성장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연간 판매실적에을 살펴보면 노조의 우려가 그대로 나타났다.
더욱이 최근의 국내외 경제상황은 그리말디 사장의 야심찬 목표가 말 그대로 목표에 그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GM대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자동차 산업이 전반적으로 극심한 침체기에 접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GM대우는 산업은행에 1조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등 경영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GM대우 고위 관계자가 "유동성 위기가 아닌 개발비에 충당하기 위한 자금지원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GM대우가 쌍용차의 전철을 밟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말디 사장의 목표가 '꿈'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잔여 임기 문제다. GM대우의 경우 GM본사에서 사장을 지명하면 이사회를 통해 최종 확정되는 절차를 밟고 있다.
GM대우 관계자는 "GM의 경우 국내 상장기업처럼 CEO들이 일정 기간의 임기를 보장 받는 것으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임 사장인 닉 라일리 아시아·태평양 본부장이 4년간의 GM대우 사장으로 재직했던 점을 고려할 때 그리말디 사장 임기도 이에 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일리 사장의 임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2006년 8월 취임한 그리말디 사장도 2010년까지 GM대우 사장직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외 경기상황과 자동차시장을 살펴보면 2년 사이에 기아차를 추월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의 경우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담당 부사장 영입 이후 지속적인 판매신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GM대우는 기아차를 따라잡는 다는 계획보다는 업계 3위 지위를 공고화하는 편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