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견’과 ‘회담’ 사이...문-윤 회동 무산배경은

입력 2022-03-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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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16일 청와대 오찬 회동이 예정시각을 불과 4시간 앞두고 무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양측은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설명 외에 회동 불발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실무적 협의의 내용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당선인측 모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는 첫 회동을 당선축하 인사 등 덕담을 건네는 ‘접견’ 수준으로 생각했던 반면 당선인측은 구체적인 의제를 테이블에 올려놓는 ‘회담’ 성격으로 설정한 것이 회동 무산의 출발점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밑 조율을 맡았던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전날 낮부터 만나 실무 협의를 이어가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정치권은 이명박(MB) 전 대통령 특별사면, 임기말 공공기관 인사 문제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사면 문제의 경우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미리 결정을 내려두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윤 당선인은 ‘국민 통합’ 차원에서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꺼내 들었지만,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지층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안에 대해 물밑협상에 이은 담판 성격의 회동으로 결론을 내는 것은 부담스러웠다는 분석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을 MB사면과 연계한 것 역시 오히려 일을 꼬이게 만드는 요인이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물러나는 대통령과 새로운 권력이 사면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두 사람의 사면은 각각 타당성을 판단하면 된다”면서 “주고받기식으로 또는 패키지로 거래하듯, 정치적 거래로 보이면 사면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측은 사면 문제가 결정적 회동 무산 원인 아니냐는 관측에는 선을 긋고 있다. 당선인측 관계자는 “사면을 건의하면서 답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며 “받느냐 마느냐는 문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 문제가 걸림돌이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당선인측이 문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 방침에 문제를 제기하고, 국민의힘에서는 ‘알박기 현황 전수조사’라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감정대결 기류가 생겼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김오수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를 들 수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김 총장에 대해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사퇴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며 곧바로 자진사퇴를 거부했다.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문 대통령 임기 중 진행되는 공직자 인사 문제와 관련해 당선인 측은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 저희와 협의해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임기 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윤 당선인이 그간 민정수석실이 ‘국민 신상 털기’ 등을 해왔다며 폐지 필요성을 언급하자, 청와대 측은 “지금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일을 민정수석실의 폐지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판을 깼다는 주장이 흘러나온다. 반면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의 요구가 과했다는 입장이다. 과정이나 원인이 무엇이든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이 만나 새 정부의 출범을 축하하고 정권 인수에 협조를 약속하는 정치 관행은 깨진 셈이 됐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이 만나겠다고 예고해놓고 회동이 불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선을 통해 드러난 극명한 진영갈등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을 이뤄내야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윤 정부로서는 출발도 하기전에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신·구 정권의 ‘불안한 동거’가 파행으로 시작되면서 가뜩이나 쉽지 않아 보였던 협치가 더 어려워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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