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림동 순대타운

입력 2022-03-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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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민규 IT중소기업부 기자

사각 철판 위에 순대와 곱창, 갖은 채소, 당면을 양념 없이 들기름에 마구 볶아 깻잎 한 쌈하면 감탄이 나오는 음식이 있다. 백순대볶음이다. 백순대는 못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먹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맛이 좋다. 이 백순대를 마주할 수 있는 곳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순대타운이다.

신림동 순대타운은 1977년 재래시장 내에 순대볶음 요리가 처음 파는 가게가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시장 안 순대타운 건물에 상인들이 입주하며 순대 골목이 형성됐다. 1992년 순대타운 건물에 30여 개 순대 가게가 입주하며 지금까지 30여 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15일 저녁 이곳을 오랜만에 방문했다.

건물 계단을 올라가면서 이상함을 감지했다. 매번 갈 때마다 각 층에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이 없었다. 10년 전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처음 본 상인들은 오랜 지인처럼 “어 왔어?”라는 식으로 아는 척을 해줬다. 이날 자주 가는 단골집도 처음 호객행위에 이끌려 갔던 곳이다. 4층 문을 열고 들어가 단골집을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옆집 상인은 이곳이 문을 닫았다고 했다. 결국, 옆집에서 백순대를 주문했다.

백순대 2인분을 조리하는 상인에게 단골집이 폐업한 이유를 묻자 이런 말을 했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주변 가게들이 폐업하고 떠나기 시작했어요. 저희도 이제 곧 문 닫아요.” 상인들은 통상 이곳은 1년마다 재계약을 하면서 장사를 이어 나간다. 보통 20~30년 이상 순대타운을 이어온 상인들에게 재계약은 전기요금 내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이제 이마저도 힘들어져 문을 닫고 있다.

이날 방문한 순대타운의 분위기는 썰렁했다. 순대타운을 찾는 손님들도 보기 힘들었다. 있는 손님들도 학생들이 아닌 연세가 지긋한 노인분들이다. 층마다 칠순을 바라보는 상인들은 호객행위도 아르바이트생도 없이 홀로 순대를 볶고 있었다. 건물 한 층은 통째로 임대 문의가 붙여져 있거나 다른 업종으로 바뀌기도 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그들만의 일이 아니었다. 한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것과 같았다. 어릴 적 향수를 느끼게 해준 신림동 순대타운이 서서히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과연 이곳만의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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