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러시아 국가 부도 선언하나...우리 경제 영향은?

입력 2022-03-1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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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러시아가 100여 년 만에 첫 국가 부도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등 서방의 강력한 금융 제재가 이어지며 러시아의 경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만약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한다면 이는 1917년 볼셰비키혁명 이후 러시아의 첫 국제 디폴트다. 문제는 러시아의 경제 붕괴가 단순히 러시아만의 타격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가 긴밀하게 얽혀있는 만큼 다른 국가에도 연쇄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내일 1445억원 채무만기…러 "갚는다면 루블화로" 사실상 이행 거부

▲지난 2일 모스크바 시내 외환거래소에서 행인들이 유로·달러화에 대한 루블화 환율을 표시하는 전광판 앞을 걸어가는 모습. (EPA/연합뉴스)

러시아 정부는 16일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해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외신들을 통해 알려진 지급 규모는 1억1700만 달러(약 1445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여러 차례 이를 갚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갚더라도 루블화로 갚겠다고 주장했는데, 전쟁과 함께 바닥으로 추락한 루블화의 가치를 고려하면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과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러시아의 디폴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13일 CBS를 통해 “러시아 채무불이행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빚을 갚을 돈이 있지만 (경제 제재로 인해)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부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러시아)의 전체 외화보유액은 6400억 달러(약 791조 원)인데, 그 중 3000억 달러(약 371조 원) 가량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공개한 외화보유액 자체는 충분하지만, 미국 등 서방에 의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된 만큼 달러화를 구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자를 갚기 위해 보유한 달러를 사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자 지급이 16일 한 번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러시아는 이달 16일 외에도 21일, 28일, 31일, 다음 달 4일까지 앞으로 약 3주 동안 5번의 달러화 지급을 앞두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일자별 이자 지급 규모는 각각 21일 6563만 달러, 28일 1억200만 달러, 31일 4억4653만 달러, 4월 4일 21억2938만 달러 등 총 27억4353만 달러(약 3조 4058억 원)에 달한다.

"익스포저 크지 않아 한국 영향 미미…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러시아 디폴트가 세계적인 금융 위기로는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GDP의 1.3%에 그치는 만큼, 거대한 충격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역시 러시아 디폴트가 글로벌 금융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현재로서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은행의 익스포저(위험에 노출된 대출·투자액)는 1200억 달러(약 148조4400억 원) 정도로 무시할 수준은 아니지만, 체계적으로 연결된 위험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경제에도 큰 타격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러시아가 니켈 등 원자재의 주요 수출국인 만큼, 이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실물 경제에 영향이 엄청 크지는 않겠지만 금융시장에는 분명 단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1998년도 러시아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급 불이행),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러시아에 대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익스포저가 많이 줄어서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 금융 악화로 인해) 실질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부분에서 국내 경제에 타격은 있을 것이다”라며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예상하기 어렵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금방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얼마나 빨리 원자재 대체 수입처를 구할 수 있는지가 국내 경제 피해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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