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모주를 청약하던 투자 트렌드가 저물고 있다. 최근 증시에 상장된 대어들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다. 이에 따라 공모주 펀드에서도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묻지마식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5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공모주펀드에서 2840억 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기업공개(IPO) 열풍이 불며 자금이 유입됐던 1년 전과는 정반대의 자금 추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공모주 펀드엔 1조8909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었다.
수익률도 좋지 않다. 연초와 비교한 이달 11일 기준 공모주 펀드의 수익률은 -1.81%다. 지난해 말까지 설정된 자산 10억 원 이상의 공모주 펀드는 460개인데, 이 중 287개(62.39%)는 연초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가장 하락 폭이 큰 펀드는 ‘KTB코스닥벤처공모주포커스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종류C’로 수익률은 -19.11%다. 코스피 하락 폭(10.95%)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공모주 펀드의 인기가 식은 이유는 최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형주들이 주가가 하락한 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 직후 잠시 주가가 올랐다가 거품이 빠지면서 주가가 공모가 근처 또는 공모가보다 밑도는 현상이 굳어지면서다. 대표적인 종목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다.
지난 1월 27일 상장한 LG엔솔은 시초가를 59만7000원에서 형성한 후 당일 45만 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40만 원대에서 오르내리다가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이달 11일 장 중 40만 원 선이 깨졌다. 코스피200지수로 지정되면 공매도를 할 수 있는 종목이 되는데, 이 탓에 주가는 시초가의 반인 30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이투데이가 에프엔가이드 정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코스피에 상장한 14개 종목 중 시초가보다 현재가가 낮은 종목은 13개였다. 특히 일진하이솔루스(-58.92%),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58.53%), 아주스틸(-53.88%) 등의 현재가는 시초가의 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크래프톤, 롯데렌탈을 포함한 11종목은 현재가가 공모가보다 낮았다. 상장 당시 청약을 신청해 주식을 받은 투자자가 현재까지 해당 주식을 들고 있었다면 손해라는 뜻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임박 등 우리 장에 하방 압력이 높아진 점도 공모주 시장을 위축하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1월 현대엔지니어링은 IPO를 철회했다. 이들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요건을 고려해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하락장으로 인해 IPO에 손을 뗀 건 현대엔지니어링뿐만이 아니다. 신재생 에너지기업 대명에너지도 IPO 철회를 결정했다. 한국의약연구소, 파인메딕스, 미코세라믹스, 퓨처메디신은 상장심사청구를 철회했다.
한편 오아시스마켓, SSG닷컴, CJ올리브영은 상장 작업을 본격화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상장될 예정으로 추정 가치는 차례로 1조~2조 원, 10조 원, 3조~4조 원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IPO 열풍이 불면서 분석하지 않고 공모주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많았다”며 “충분한 분석 없이 공모주라고 무조건 들어가는 투자 방식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