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2번녀는 강간당해도 참아”…도 넘은 젠더 갈등

입력 2022-03-1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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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대선 과정에서 불붙은 젠더갈등이 선거 이후에도 쉽사리 진정되지 않고 있다. 투표 결과 2030세대의 남녀 표심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오히려 더 격화된 양상이다.

정치색이 짙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번녀는 강간을 당해도 참아라” 등의 원색적인 글들이 넘쳐나고, 태연ㆍ트와이스 나연 등 일부 연예인들은 SNS 게시글에 ‘빨간색’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무차별 공격을 받고 있다.

일부 여성들 “5년간 애 안 낳는다” …근거없는 연예계 ‘2번녀’ 색출 잇따라

최근 SNS에는 “윤석열 정부 때는 출산하지 말자”라는 글이 퍼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성가족부 폐지, ‘무고죄 처벌 강화’ 등 페미니즘에 반하는 공약을 내놓은 데 따른 반발로 풀이된다. 대선 후보 시절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 공약을 냈던 윤 당선인은 최근에도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며 재차 공약 이행 의지를 강조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출산을 저항의 수단으로 삼지 말라” 라고 반박했다.

국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번녀’ ‘2번남’을 키워드로 한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기호 2번이었던 윤 당선인에게 투표한 여성과 남성을 뜻하는 말이다. 이들은 ‘2번 남녀’를 찾아내 응징하자고 선동한다.

그 중에는 폭력적이고 원색적인 비난도 있다. 여당 지지자로 추정되는 글쓴이들은 “성폭행당하고 무고죄로 고소당해봐야 정신 차린다” “니 손으로 뽑았으니 강간당해도 그냥 참고 살아라” “여성 인권 운운하지 말라” 라고 했다.

이들에게 가장 쉬운 공격 대상은 연예인이다. 일상이 오픈돼 있기 때문이다. 전소미는 대선 당일 투표를 완료했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적었는데, 배경이 붉은색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고, 나연은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붉은색 풍선 모양의 이모티콘을 올렸다는 것이 근거로 제시됐다. EXID 출신 하니는 투표 인증샷을 올리고 “참 어렵던 이번”이라는 문구를 남겼다는 이유만으로 ‘2번녀’로 몰렸다.

(출처=EXID 출신 하니 SNS)

대선 직전 SNS 사용자가 느낀 최고 갈등은 ‘남녀갈등’…외신선 ‘전쟁’으로 표현

국가보훈처 산하재단법인 ‘대한국인’이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지난 3일부터 6일까지 SNS 사용자 전 연령대 남녀 1069명을 대상으로 ‘가장 눈에 띄게 높아진 사회 갈등 유형’을 조사한 결과 ‘남녀 갈등’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세대 갈등’이었다.

외신에서도 한국의 젠더 갈등에 주목했다. 일각에서는 ‘젠더 전쟁’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보수 야당 윤석열 후보가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 각종 스캔들 그리고 젠더 전쟁 속에서 치러진 치열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에 올라탔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비평가들은 윤 당선자의 선거 스타일에 ‘K-트럼피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했다.

결국, 대선 정국을 흔든 젠더갈등은 윤 당선자가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는 평이다. 윤 당선자는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젠더, 성별로 갈라치기 한 적이 없다”며 “다만 양성 문제라고 하는 것을, 집합적인 평등이니 대등이니 하는 문제보다는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 있으므로 개별적인 불공정 사안들에 대해 국가가 관심 가지고 강력하게 보호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쭉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13일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박지현 씨를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발탁했다. 윤 당선인 측은 인수위 구성 과정에서 여성할당제 등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이러한 정치권의 행보가 남녀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남녀를 갈라치기하고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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