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여가부 폐지' 현실화 하나…내부 전망 시나리오는

입력 2022-03-14 16:41수정 2022-03-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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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집에 여가부 폐지를 공언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재차 공언하면서 여가부 내부는 침통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직 존폐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입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여가부에 직원 파견을 요청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조직 개편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여가부는 인수위에 파견할 공무원으로 국장급과 과장급을 2명씩 추천했다. 앞서 11일 인수위가 여가부에 파견 공무원 추천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다만 여가부 내부에서는 조직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실제 전날 윤 당선인이 "이제는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 하지 않았느냐"라고 밝혀 기존 폐지 공약을 재확인했다.

다른 정권에서도 여가부 기능을 다른 부처로 이관하는 등 논의가 있었지만 윤 당선인처럼 폐지 의지를 밝힌 적은 없었다. 2030 남성은 물론 공무원 사회에서도 그 역할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시선이 많았고,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아왔지만 이번만큼은 분위기가 다르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가부 소속 A 공무원은 "정부 조직 개편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운을 뗐다. 그는 "다른 부처로 흡수되거나 기능이 이관돼 소속을 옮기게 되면 세종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오간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다 보니 여러 의견이 표출되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찐여성주권행동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보건복지부로 편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한다. 차관급으로 부처를 낮춰 일부 기능을 이관하는 방법이다. 이럴 경우 직원들은 세종에서 근무해야 한다. 현재 여가부는 종로구 세종대로에 있는데 보건복지부는 세종시에 있어서다. 같은 업무는 없지만 두 부처가 '아동' 관련 일을 하고 있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부처 명칭을 바꾸고 여성에 집중된 정책을 줄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여가부는 올해 전체 예산 1조4650억 원 가운데 9063억 원을 가족 사업에, 2716억 원을 청소년 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여성과 성평등 사업은 1055억 원에 불과하다. 윤 당선인이 여성과 남성이라는 '집합'이 아닌 개별적인 사례와 범죄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만큼 조직은 그대로 두고 사업만 조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 체제가 유지된다는 전망도 있다. 여가부를 폐지하려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MB 인수위 때도 여가부, 통일부 폐지를 주장했었으나 실패했다. 정부조직법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여가부 폐지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여가부 개편에 대한 의견의 분분한 상황이다. 정 의원과 같은당 소속인 장경태 의원은 SNS에 "여가부를 '평등가족청소년부'로 개편해 가족 정책, 청소년 정책, 성평등 정책 관점에서 그 역할을 높여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른 부처는 '기능'에 초점을 맞췄지만 여가부는 '대상'에 방점을 찍었다"며 "의원들 사이에서도 여러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름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 시대상을 반영해 조직을 개편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표출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반면, 인수위는 여가부와 함께 개편 방향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애초 윤 당선인이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어 인수위 구성에서 여가부가 배제될 수 있다는 말도 나왔지만, 여가부 국장급과 과장급이 인수위에 참여하는 만큼 조직 개편 등 실무논의에서 의견을 타진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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