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점증하는 양극화...신용리스크 우려도

입력 2022-03-09 16:01수정 2022-03-0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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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등급 이하 회사채 발행 만기 현황 자료=하나금융투자
기업 자금조달 시장의 허리 격인 A 신용등급 이하 회사채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로 기관투자가들이 위험 관리를 강화하며 위험자산 투자를 꺼리면서 A등급 이하 회사채 기업들이 어렵게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BBB0’인 한진칼은 지난 3일 6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예정하고 시행한 수요예측에서 610억 원의 주문을 받았다. 300억 원을 모집한 1년 6개월 만기 물은 청약이 10억 원에 그쳤고 2년 만기물에 60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개별민평 수익률에 -30bp~+30bp를 가산한 금리밴드를 제시한 세아베스틸은 밴드 상단인 25bp에서 모집 기준 물량을 채웠다.

앞서 수요예측에 나선 한화건설(A-)은 3년물 600억 원 모집에 640억 원만 채우며 금리밴드 상단인 30bp에서 발행 스프레드가 결정됐다.

지난 2월 수요예측을 거친 SK매직(A+)도 개별 민평금리 대비 +40bp를 가산한 밴드 최상단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하게 됐다. SK매직은 3년 단일물 1500억 원을 3.164% 금리에 발행을 확정했다.

민평금리는 민간신용평가사들이 적정하다고 평가한 금리인데, 이보다 훨씬 높은 가산금리가 붙었다는 말은 적정 금리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줘야 투자자를 모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최근 시장 경색은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채권 프리미엄도 삼켜버렸다. SK에코플랜트(A-)는 15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모집금액 500억 원인 2년물에 420억 원, 모집금액 1000억 원인 ESG 채권 3년물 760억 원의 주문만 들어왔다.

롯데제과 (AA)는 3년물 1000억 원 모집에 3400억 원의 주문을 받아냈음에도 15bp에서 발행이 이뤄졌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국내 크레딧도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확대됐다”면서 “공사채와 함께 그동안 미뤄졌던 회사채까지 발행 부담이 높아 스프레드 확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신용리스에 대한 걱정도 고개를 든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 후 신용리스크 프리미엄이 확대된 데는 거래상대방 위험이 커졌다는 점이 있다”라면서 “당장 눈에 띄는 신용 이벤트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지만, 시간을 두고 서서히 신용리스크 프리미엄이 확대되는 양상으로 가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차분히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피해가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모두 2조 원 규모의 긴급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면서 “러시아 신용등급 강등으로 영향을 받는 산업과 기업, 위기에 취약한 신흥국 중심으로 크레딧 리스크를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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