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을 위한 101] 다양한 표정이 읽히는 도시가 좋더라

입력 2022-03-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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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선 연세대 도시공학부 교수

지난주 해외 입국자들에게 강제되는 코로나 방역 정책으로 자가격리를 하면서, 일주일간 똑같은 표정을 가진 실내에서만 있다 보니, 국내외에서 1주 이상의 자가격리 또는 봉쇄조치를 경험한 도시민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겠냐는 것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일상으로 생활하던 곳이 바로 창문 밖에 있는데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실내에서만 머물러야 한다는 것은, 세상과 격리된 디지털 고치 생활을 즐기는 사람이라도 결코 즐겁거나 견디기가 쉽지만은 않을 듯합니다.

최근 팬데믹과 관련, 문화적 격차인지 모르겠지만 국내에서는 커다란 문제로 대두되지 않았던 마스크의 강제적 착용을 놓고 자유 침해 및 인권 말살 등 다양한 측면에서 논쟁이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국내에서는 방역을 위해서는 온 국민이 일치 단결해서 마스크를 반드시 쓰고 전대미문의 이런 국난을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는데 말입니다.

여러 논란 중 흥미로운 것은 마스크 착용 강제로 인한 육아 및 교육과 관련한 내용으로, 특히 유치원생이나 초등 저학년생에게 마스크 착용은 선생님과의 의사전달을 부족하게 하고 그로 인해 학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소통이 매우 힘들다는 연구 결과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러분들도 가끔 전화하다 보면 수화기 너머로 응답자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는 안내 목소리를 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마스크를 통해 전달되는 목소리는 마스크를 쓰지 않을 때 전달되는 목소리에 비해 음향적인 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나는 것이사실이고, 전달되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도 많은 부정적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스크를 착용함으로써 인간이라는 초기 영장류가 서로 협력하고 돕기 위해 진화과정을 통해 발전시킨 표정이라는 것이 사람 간에 잘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얼굴은 수백 개의 근육을 이용해 뉘앙스가 가미된 표현을 전달하는 능력이 정밀하게 진화하였고 이러한 노력은 표정을 통해서 나타나게 됩니다. 표정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얻은 정서, 생각, 의도 등 비언어적 정보를 주는 가장 중요한 원천인데, 마스크 착용 의무화로 인해 어린아이와 어른들 사이에서 이러한 부분이 전달되거나 읽히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된 것입니다.

전달하려는 정보가 얼굴 근육 전체를 통해서 전달되어야 하는데, 보이는 것은 근육의 움직임이 매우 작은 이마, 눈, 코 등의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팬데믹 초창기에 방역 관련 설명에 등장하는 수화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어서 일부 국민 사이에서 마스크 착용이라는 방역 및 행정지침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얼굴을 통한 표현이 가진 의미를 충분히 설명해 주는 것이라 봅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 얼굴도 이런 상황과 비슷할 수 있습니다. 도시 얼굴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산, 하늘, 물 등 자연환경과 인간이 만든 건물, 도로, 차량 등 인공환경이 있고, 이러한 도시 얼굴을 사람들은 1년 365일 매일매일 마주 대하고 있습니다. 만일 도시가 그곳을 이용하는 도시민들에게 마스크를 쓴 사람처럼 단순한 표현만 하거나 도시민들에게 읽히지 않게 된다면,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다양성과 재미도 없을 것입니다. 로베트 벤츄리와 데니스 스칸브라운은 ‘라스베이거스로부터의 교훈’(1972)을 통해 건축의 역할이 공간을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소통과 전언의 수단과 기호로 작동하고 있다고, 라스베이거스 건물들의 화려한 스타일과 베껴진 양식들과 장식들은 바로 이러한 소통을 위한 상징이라고 분석하였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도시시설물이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사례 중의 하나가 가로벽(street wall)으로, 건물 입면이 가로를 향해 늘어서게 되고 그렇게 되면 가로는 일정한 공간을 형성하게 되어 다양한 표정을 줄 수 있고 보행자들의 건물 접근도 쉬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가로에 면한 매장들의 전면 폭을 6m로 만들라는 권고입니다. 예를 들어 전면 폭이 30m 정도가 되는 커다란 박스형 단일 건물이 저층부에 들어가는 출입구만 있고 창문이 없이 벽체 또는 유리 벽으로만 둘러싸여 있다면, 그 건물은 얼굴에 복면을 쓰고 주변 공간을 이용하는 도시민들과 건물 표정을 통한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으며 매우 무미건조한 도시공간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건물이 표정을 통해 도시민들과 대화를 다양하고 친근하게 하려면 앞서 언급된 30m가 되는 건물 전면을 최소 폭 6m를 가진 매장들로 재설계하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최소 5개 건물이 연속해 있는 것 같고 5개의 표정을 만들고 5개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도시민들과 5개의 비즈니스 관계와 5개의 만남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공간을 구성하는 자연 또는 인공 구조물들이 만들어 내는 표정은 도시를 이용하는 도시민들과 연결되고 공감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이를 통해 도시민들이 도시를 더욱더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소통해야 할 것입니다. 도시공간 내에 설치되는 시설물들이 다양하고 건강한 표정을 연출하면 도시민들이 그것들을 읽어내는 수업조차 받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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