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당보다 사람과 공약이 우선"…달라진 '정치1번지' 종로 민심

입력 2022-03-07 16:30수정 2022-03-0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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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텃밭 무악동도 보수색 강한 사직동도 "익숙한 사람"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영종 무소속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7일 오전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근처 횡단보도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유하영 수습기자 haha@)

“될만한 사람을 찍으려고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어떤 후보를 찍을 거냐는 물음에 종로구 사직동에 40년째 거주한 윤기욱(77) 씨가 한 답이다. 현재까진 김영종 무소속 후보가 윤 씨가 생각하는 될만한 사람이다. 윤 씨가 김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종로를 잘 알기 때문’이다. 정당보다 사람이었다.

20대 대선이 치러지는 9일. 서울 종로와 서초갑, 경기 안성, 충북 청주 상당, 대구 중남구에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치러진다. 이 중 종로는 광화문 광장, 청와대 등 정치적인 이슈가 집결돼 '정치 1번지'라 불린다. 역대 대통령 중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이 종로 출신이기도 하다. 보궐선거 역시 대선 결과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종로는 동네별로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게 나뉜다는 평가를 받지만, 7일 이투데이가 찾은 사직동과 무악동 주민들은 지지하는 후보가 극명히 나뉘진 않았다. 주민 대부분 윤 씨처럼 김영종 후보와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를 두고 고민하면서도 정당보단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전 9시 30분경 배화여고 버스정류장 앞 벤치에 앉아있던 백 모(74) 씨는 종로 사직동에서만 53년 산 토박이다. 백 씨는 “종로구청장 했던 사람이 잘해서 뽑으려고 한다”며 “정당은 따지지 않고 자식들이 뽑으라고 권하는 정당을 고르는 편”이라고 김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사직동에 6년째 거주 중인 40대 장 모 씨는 김영종 후보와 최재형 후보를 두고 '반반'이라고 밝혔다. 정권교체 여론에 관해 묻자 장 씨는 “종로구청장 하던 김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온 게 변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종로구에서 일했고 (구청장으로 있을 때) 탈이 나거나 하진 않았으니 주민들의 의견도 반반일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과 공약 모두를 중시하는 주민도 있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무악동 주민 A씨(44)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항상 정권교체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정당은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A씨는 “종로구에 아동복지 시설이 많아지면 좋겠다. 학원이 늦게 끝났을 때 아이들이 안전 귀가할 수 있게 치안도 신경써주면 좋겠다”며 종로구 국회의원에게 바라는 정책을 말했다.

소수정당은 관심 밖...여전히 공고한 양당구조

오전 10시경 서울 종로구 사직단 인근 대로변, 배복주 정의당 후보의 유세차량이 지나갔다. “정의당 배복주는 다릅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바람에 이 한 마디만 귀에 들렸다.

한 시간여 뒤, 독립문역 근처 횡단보도에는 김도연 시대전환 후보가 서 있었다. 길을 지나다니는 유권자들에게 후보가 직접 유세했다. “양당제 구조를 깨는 ‘투쟁하는 중도’가 저희의 목표입니다.”

다른 후보와의 다름을 강조하는 배 후보와 양당제 구조를 깨겠다는 김 후보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주민들의 관심 대상은 김영종 전 종로구청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었다.

15년째 무악동에 살고 있다는 80대 상인 B씨는 “다른 사람들(소수정당 후보)은 가게 밖으로 유세차량이 지나갈 때나 들리지, 잘 모른다”고 했다. B씨는 “TV를 보며 김 후보와 최 후보 사이에서 저울질 중”이라며 “영세한 자영업자들을 잘 살게 하는 공약을 내세우는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본인을 최재형 후보 지지자라고 밝힌 임 모(57) 씨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 박종구 무소속 후보의 유세 차량이 보였다. 소수정당에는 관심이 없느냐고 묻자 임 씨는 “소수정당이라도 공약이 좋으면 이름이 기억에 남겠지만 (지금은) 그런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최재형 후보 유세현장, 지지자 “정권교체가 필요”

오전에 갔던 독립문역 근처 횡단보도를 오후 1시 50분경 다시 찾았다. 최재형 후보가 7일 두 시부터 무악현대아파트 앞에서 유세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최 후보가 연단에 서기 전부터 아파트 입구와 상가 앞 보도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60대 이상이 가장 많이 보였다.

최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정권교체를 강조했다. 최 후보 유세 현장에서 만난 임 모(57) 씨는 종로구에서만 30년째 거주 중이지만, 특정 후보 선거 유세 현장에 나온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했다.

임 씨는 “원래 중도였는데 문재인 정부의 조국, 추미애 사태를 보면서 처음으로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이번에는 꼭 정권교체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여기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효자동 등 종로구 일부 지역의 재개발을 최 후보가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무악동에 15년째 살고 있는 김 모(63) 씨도 “조국 사태 등 민주당이 잘못한 게 커서 국민의힘과 최재형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악동 주민인 주부 황 모(60) 씨는 “현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이 안 되고 있다”며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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