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직 최선’ 박해준 “갓생? 큰 꿈 없고, 가정의 평화 바라죠”

입력 2022-03-0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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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티빙

어느새 ‘찌질’ 연기의 대가로 자리잡았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국민 불륜남’으로 강렬하면서도 찌질한 인상을 남겼던 박해준. 그가 티빙 오리지널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을 통해서는 ‘웃픈’ 찌질 연기로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은 최선을 강요당하는 평범한 40대 가장이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방황을 선택하며 펼쳐지는 코믹 성장 드라마다.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이번 작품이 그의 첫 코미디 연기 도전이자 단독 주연작이다. 아무런 계획 없이 회사를 그만둔 채 만화가 지망생이 된 40대 가장 남금필 역을 맡아 물오른 생활 연기를 펼치며 백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평이다.

3일 오후 화상으로 만난 박해준은 “엄밀히 말하자면 아버지 역할의 김갑수님, 딸로 나오는 박정연과 함께 주연이다. 실질적인 단독 주연이라고 말씀드리긴 어렵다. 그런데 촬영 현장에 있다보니 작품을 끌고 나가야하는 부분에서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었지만, 현장에서 즐겁게 해보려고 했다”며 주연으로서 작품을 이끌어 간 소감을 밝혔다.

▲사진제공=티빙

박해준은 이번 작품을 통해 가볍고 코믹한 캐릭터도 완벽히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부부의 세계’ 이태오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남금필 캐릭터를 선택하는 데 있어 ‘도전’을 추구했다고. 남금필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뒀을까.

“캐릭터를 가두지 않고 작품 선택을 결정하는 편이에요. 전체적으로 작품이 가치가 있다고, 좋다고 생각할 때 결정을 하죠. 특히 캐릭터는 ‘도전한다’,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합니다. 캐릭터를 만들어가기 보다는 인물이 처한 상황 안에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이에요. 외형적으로는 황정민 선배님 주연의 영화 ‘너는 내 운명’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메이크업을 덜하고, 곱슬머리 그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편안하게 연기해서 살도 조금 쪘었어요.”

남금필 캐릭터는 실제 박해준과도 닮은 지점이 있다. 남금필은 꿈을 위해서라면 신과의 멱살잡이도 가능할 만큼 실패를 거듭해도 다시 일어난다. 박해준 또한 배우 데뷔가 늦고,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시기도 늦었던 만큼 남금필을 연기하는 박해준은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다고.

“전 특별히 취미를 갖고 있지 않아요. 대본 보고 작품 준비하는 것 아니면 금필처럼 있을 때도 있어요. 금필은 우리가 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판타지를 가진 인물이에요. 자기 하고 싶은 것 하고 꿈 꿔왔던 것을 빨리 선택해서 이뤄나가는 등 즉흥적으로 결정하잖아요.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안 살면 좋겠다’는 점을 보여주죠.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어서 한심하게 보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유롭게 살아요. 그런 모습들이 사실은 저와 닮았다기 보다 배우로서 이런 얘길 하고 싶다는 것과 일치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 캐릭터에 잘 적응했던 것 같아요. 저도 철도 없고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런 면에서 금필과 비슷한 것 같아요.(웃음)”

▲사진제공=티빙

드라마 ‘미생’, ‘나의 아저씨’, ‘아스달 연대기’, ‘부부의 세계’, 영화 ‘제8일의 밤’, ‘악질 경찰’등 그간 강렬한 역할을 맡아온 박해준은 남금필을 연기할 때 “신나게 연기했다”며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신이 났어요. ‘이거 재밌는데’라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남금필과 전혀 다른 역할을 하면서 그때의 희열도 좋지만 그냥 신나게 연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캐릭터를 할 때 신나게 하다 보니까 전체적인 걸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잘 가고 있나’ 고민을 했는데 감독님께서 무리가 없다고 해주셔서 ‘더 해보겠다’고 했었죠. 더 즐겁게 해보려고 했습니다.”

남금필은 웹툰 작가로서 ‘갓생’을 꿈꾼다. ‘갓생’이라 함은 신을 의미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다. 그렇다면 박해준이 꿈꾸는 ‘갓생’은 무엇일까.

‘“갓생’이란 말을 이번에 처음 들었어요. 각자 개인마다 다 ‘갓생’이라고 생각하는 게 다르잖아요. 저는 사실은 지금 배우를 하고 있어서 너무 감사한데 그렇게 원대한 꿈을 꾸고 있진 않은 것 같아요. 그냥 가정의 평화와 사람들과 좋은 얘길 나누는 것을 바라고, 별다른 욕심이 없어서 매일매일 이 순간 순간 즐겁게 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갓생에 대해서는 별 큰 꿈이 없는 것 같아요.(웃음)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돼서 할리우드도 진출해서 상도 받으면 좋겠지만 그걸 목표로해서 살고 싶지 않아요. 지금 당장할 것만 생각하려고 해요.”

▲사진제공=티빙

작품의 주인공은 ‘갓생’을 꿈꾸는 40대 가장이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로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박해준은 이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됐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이 날 잘 알고 통하고 있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니에요. 겉으로 묶어놨지만 마음은 가장 먼 사람일 수 있거든요. 남금필의 가족을 보면 부자 관계가 진짜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잖아요. 서로의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면 조금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부분에서 저희 드라마가 울림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남금필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시청자들이 위안을 받으면 좋겠어요. ‘그 드라마 참 좋았다, 드라마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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