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 손절' 나선 글로벌 기업…국내 기업들 "맞장구 쉽지 않네"

입력 2022-03-0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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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러시아서 모든 제품 판매 중단
삼성, 러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미 수출제재 본격화 땐 피해 불가피

▲애플 로고. (AP/뉴시스)

애플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 내 모든 제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경쟁사인 삼성전자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러시아’ 행렬에 미국의 수출 제재 압박까지 더해지며 삼성전자의 반도체·스마트폰 수출 활로도 불투명한 상황에 부닥쳤다.

애플은 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러시아 판매 중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해당 성명문에서 애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깊이 우려한다”며 “폭력의 결과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제품 판매 중단과 동시에 애플 페이 서비스도 중단했다. 러시아 이외 지역에서 RT와 스푸트니크 등 러시아 뉴스 애플리케이션도 내려받을 수 없도록 했다. 우크라이나 시민의 안전을 위해 우크라이나 내 애플 지도에서 교통 및 실시간 사고 상황도 비활성화됐다. 이날 애플뿐 아니라 포드, 나이키 등 글로벌 주요 기업이 러시아 내 사업 축소 및 중단에 나서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탈러시아’ 움직임에 시동이 걸렸다.

애플이 미국 내 기업의 러시아 수출 제재 품목에 빠져 있는데도 전면 판매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은 매우 난감한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이들은 대부분 우크라이나에 판매사, 러시아에 생산법인(지사)을 두고 있다. 적극적인 러시아 제재에는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TV를 생산하는 공장을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에 두고 있고, LG전자 역시 모스크바 외곽 지역에 가전·TV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대(對)러시아 수출 통제도 국내 기업을 압박해오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러시아 수출통제 조치에서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을 통해 △전자(반도체) △컴퓨터 △정보통신 △센서·레이저 △항법·항공전자 △해양 △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 품목 및 기술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했다.

▲스페인 MWC22 바르셀로나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갤럭시S22 시리즈 나이토그래피 기능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미국산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해외 제품도 미국산으로 간주해 대러 수출 시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한국은 일본, 유럽연합(EU) 등 32개국과 달리 FDPR 면제국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에 수출 제재가 본격화하면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품목 중에선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일차적인 영향권에 든다. 반도체는 전략 물자 목록에서 가장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품목이다. 다만 러시아 수출 물량이 미미한 수준이라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플래그십 제품이 첨단 반도체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현재 점유율 3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휴대폰 수출액 중 대러시아 비중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지난달 말 공식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2’의 판매국을 활발히 늘려나가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판매를 중단한다면 현지 시장에서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이 잠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9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 및 대(對)러시아 수출통제 강화조치에 따라 ICT 생산·수출 등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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