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發 위기에 금융 당국 컨틴전시 플랜 가동…러시아 제재 대응도 함께

입력 2022-02-2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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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가 고조되면서 따라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 시장의 불안정을 막기 위해 대비에 나섰다.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2단계인 '주의'를 유지하면서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고,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촉각…금융위, 주식시장 모니터링 '주의' 수준 관리 중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2일 금융시장 점검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금융위원회 )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할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해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는 중이다.

금융위는 현재 주식시장 모니터링 단계를 ‘주의’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매일 장 시작 전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 중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컨틴전시 플랜을 '정상-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에 맞는 시장 안정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고승범<사진> 금융위원장은 앞선 2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이날 오후 금융시장 점검 회의를 열고 시장 동향 및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기도 했다.

당시 고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높아지면서 증시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이라며 “오후 들어 증시 변동성이 다소 축소되는 등 아직은 큰 충격으로 파급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긴박하게 전개될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대응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투자 불안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대외 익스포저(잠재 위험에 노출된 대출·투자액) 중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0.4%(14억7000만 달러)로 작은 편이다.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산업건설은행(PSB)과 대외경제은행(VEB)은 우리나라 개인과 기업의 송금 등 금융 거래가 많지 않다.

◇러시아, 美 제재 대상 오를 가능성…금융당국, 대책 마련 분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6일 서울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1815.12원,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1650.47원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국내 기름값이 오름세를 보이며 2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739.79원,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1564.49원을 기록해 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사진은 27일 오전 서울 시내 주유소 유가정보. (뉴시스)

다만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 가능성에는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 또한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컨틴전시 플랜이 '경계' 단계 이상으로 격상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당국 또한 이런 점을 우려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러시아 은행과의 거래 상황과 자금흐름 파악 등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필요하면 최대 2조 원의 긴급 금융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해 관련 기업의 자금 애로를 해소하고 은행권과 추가 지원 방안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기업들과 밀접하게 연관된 국제원자재 가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해외경제포커스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유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만큼, 국제유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리라 전망하기도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는 물가 상승 관련 큰 고려 대상"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간다면 물가는 분명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관련국과 무역 관계가 많거나 석유, 천연가스, 곡물 등 수입 관련 기업의 자금 흐름도 점검해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상황이 악화돼 '경계' 또는 '심각' 단계에 이르면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이나 연기금 동원, 증시안정펀드 투입 등도 옵션으로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은 주가가 내려갈 때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인 공매도와 관련해 과열 종목으로 지정해 주가 하락을 막는 것이다. 주가 하락 시 증가하는 반대매매를 줄이는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

주식시장의 큰손인 연기금을 동원하는 방법도 있다. 주가 하락 시 국민연금 등이 등판해 적극적으로 매수할 경우 시장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 위기 직후인 2001년 주가 폭락 당시 시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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