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③]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금리 정책은 항공모함 운영…기조 변화 신중해야"

입력 2022-02-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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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월 말 임기 완료를 두고 소회를 밝혔다.

이 총재는 24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외 경제 금융 상황에 비추어 보면 총재 공백 기간이 없는 게,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라며 "공백이 됐다고 해서 통화정책이 멈추거나 실기할 것이란 건 기우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후보 토론 과정에서 불거진 한국의 기축통화국 가능성이나 적정 국가채무 비율 등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다음은 기자간담회에서 이어진 일문일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 대선후보들 사이에서 한국의 기축통화국 가능성에 대해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더불어 원화 경쟁력을 앞으로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원화의 국제 경쟁력은 원론적으로밖에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펀더멘털이 튼튼해야 합니다. 성장 기반, 기초 경제 여건을 튼튼히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실제 원화가 통용되도록 하려면 우리 자본시장, 외환시장의 인프라를 개선하고 이런 외환 자유화의 걸림돌이 되는 제도적 미비 문제를 해결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갖춰야 원화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입니다.

다만 기축통화국 대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겠느냐 하는 의견에 대해서는…이미 정치 이슈화되어버렸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설명을 드리기에는 이미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고 제가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일각에서는 국가채무 비율이 100%까지 치솟아도 괜찮다고 하는 데 동의하는지

"이것도 똑같은 질문입니다. 제가 이걸 아무리 경제적인 측면에 입각해서 설명을 드리려 해도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 질문 또한 답변드리기 적절치 않다, 시점이 적절치 않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후임 총재는 언제쯤 인선이 될는지. 대선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주요국 통화 정책 급변하는 시기에 실기 우려는 없는지

"전적으로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차기 총재가 어떤 자격을 갖추고 뭘 해야 하는지도, 임명권자가 파악해서 지명하는 것입니다.

통상 3월 초에 신임 지명자를 발표합니다. 지금 공백을 염두에 두고 질문하셨는데 기본적으로 지금의 국내외 경제 금융 상황에 비추어 보면 총재 공백 기간이 없는 게,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공백이 발생하면 사실상 통화정책은 합의제 의결기구인 금통위가 회의를 통해 자율, 중립적으로 또 우리 경제 금융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정책을 운영해 나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더불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공백이 되었다고 해서 통화정책이 멈추거나 실기하거나 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할 것입니다."

- 통화량에 대한 정책 계획은

"물가 상승세가 가파르다보니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정책을 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통화량'이 아니라 '금리 중심의 통화량 정책'을 폅니다.

그러나 정보 변수라든지 이런 개념을 써서 통화량의 추이를 늘 살피고 있습니다. 금리 정책을 결정할 때 지금의 금융 상황이 어떤지, 긴축기조인지 판단할 때 통화량은 중요한 참고 지표입니다. 유용한 지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 퇴임 전 마지막 금통위 회의. 8년간 금통위위원장으로서 통화 정책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입니다. (웃음) 금리 정책 결정에 대한 설명회로 알고 있었는데요… 다음 달에 이런 소회를 밝힐 수 있는 자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금리 정책은 무딘 칼, 항공모함에 비유됩니다. 기조를 트는 것 자체가 대단히 힘듭니다. 방향을 틀 때는 그만큼 신중해야 합니다. 통화 정책은 단기적인 시야에서 볼 게 아니고 늘 1년 후 경제 상황을 보고 결정합니다. 기본적으로 통화 정책은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어려움이 태생적으로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아니라 앞을 내다봐야 하는데, 과연 그 예측이 맞을지 일종의 두려움이 있습니다. 금리는 경제의 모든 부문, 모든 경제 주체에게 무차별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대효과도 있지만, 그것에 따른 대가도 있습니다. 부정적 효과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통화 정책의 방향을 트는 식의 결정은 숙고의 숙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결정입니다.

항상 최선의 결정을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우스갯소리로 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일을 안 한 것 같다는 말도 하십니다. 그러나 동결도 중요한 의사 결정이다. 똑같은 고민을 하는 것이다. 어느 회의 하나 쉽지 않습니다.

다만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좀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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