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대통령 당선자 주의사항

입력 2022-02-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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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동국대학교 석좌교수(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만간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되고 새 정부가 들어선다. 새 정부에서 많은 국정 현안과 장단기 과제를 챙겨야 한다. 특히 당선 후 취임일인 5월 10일까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간이 중요하다. 여야 후보자 모두 당선되는 데 총력을 기울이다 보니 당선 이후의 준비와 대응에 소홀하다. 당선 이후 초기 대응에 소홀하거나 실패하면 5년간 국정 동력이 떨어지거나 실패한 정부로 남는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국정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수년간 지적해온 과제이나 잘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성공한 새 정부가 되기 위해 초기에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통령 당선자는 인수위원회 시기를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가장 무게가 있고 권위를 가질 때가 이때이다. 한편으로는 가장 위험하고 경계해야 할 시기이다. ‘대통령 당선자 뜻’이라는 무소불위의 칼이 춤을 추고 있고 이 칼에 맞서 싸울 사람이 아무도 없는 시기이다. 조만간 이뤄지는 장차관 임명과 고위직 인사와 맞물려 인사권이 최고의 힘을 발휘한다. 인사권을 둘러싼 유혹과 남발과 부작용이 일어난다. 대통령 지분, 정당 지분, 지지단체의 지분이 논의되고 비선이 난무한다. ‘당선자 뜻’을 빌린 측근들의 인사 횡포도 종종 일어난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도 일어난다. ‘당선자 뜻’을 직접 확인하기가 어려운 이 시기를 극도로 조심하지 않으면 실패한 정부가 된다. 당선자 스스로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감시해야 한다.

둘째, 인수위원회 구성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하되 새 정부에서 주요 요직을 맡지 않겠다는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 인수위 참여자들은 논공행상에서 탈피한 신선하고 능력 있는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 각서를 받고 공개 선언을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새 정부 초기의 권력 투쟁, 모함, 공 다툼은 인수위 구성부터 시작된다. 이른바 ‘어공’과 ‘늘공’의 다툼과 갈등도 시작된다. 필자는 40년의 공직생활을 하면서 인수위 구성을 두고 벌이는 암투를 많이 보았다. 새 정부의 신선한 이미지와 성공 여부는 인수위 구성에 달려 있다. 대통령 당선자의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셋째, 인수위원회가 법령과 규정에 없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꼭 필요하고 중요한 사항만 보고를 받고 논의를 해야 한다. 불필요한 자료 요구를 하거나 부처 산하기관의 세부적 일까지 챙기지 않아야 한다. 인수위원회의 부처에 대한 업무 보고나 자료제출 요구를 거절할 ‘간 큰’ 부처는 없다. 먼저 보고하고 눈도장 찍으려고 난리를 피우기 십상이다. 인수위원들의 사적인 요구도 많으나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때로는 공개되지 않아야 할 자료가 공개되거나 확정되지 않은 정책이 의욕적으로 발표된다. 혼란을 야기할 뿐 아니라 국민 부담으로 다가온다. 인수위원회는 새 정부가 추진할 주요 정책의 골격을 세우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아울러 모든 활동과 보고, 자료제출 등은 투명하게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넷째, 정부조직 개편에 신중해야 한다. 대통령 당선자의 정부조직 개편 욕구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대통령 당선자나 인수위원회를 대상으로 하는 부처 로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언론이나 각종 연구소를 동원하거나 공식, 비공식 경로를 활용한 로비는 줄기차게 시도된다. 정부 조직의 대대적 개편은 부작용이 너무나 많다. 조직 개편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최소한 2년이 걸린다. 5년의 임기 정부에서 황금 같은 초기 기간을 낭비하게 된다. 부처 기능 개편이 논의되면 공무원들이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놓는다. 정부조직 개편은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하되 밀실 논의가 아닌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 검증되지 않은 외국 사례나 공허한 이론에 몰입하지 않아야 한다.

다섯째, 당면한 국정 과제는 너무 많다. 한두 가지 정책이나 대통령 말 한마디로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말자. 국방과 안보, 외교의 정상화, 코로나 19 극복, 소상공인 피해지원, 청년 일자리 창출, 노사문제 해결, 지방 소멸 방지, 고령화 대비, 미래 융복합 산업 육성, 농산업 육성, 환경 보전, 교육 정상화 등 국정과제가 산적해 있다. 단기간에 해결될 수도 없고 성과를 내기 어렵다.

김영삼 정부에서 현실을 무시한 개혁을 밀어붙이다가 이른바 ‘농안법( 농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파동’을 야기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한미 간 관계 정상화에 초점을 두다가 졸속협상으로 ‘광우병 쇠고기 파동’을 야기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 기능 개편에 역점을 두다가 주요 국정 개혁 시기를 놓쳤다.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관계에 중점을 두다 국정 전반에 실패했다. 새로 시작하는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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