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새 정부에 바라는 건 '규제혁파'·'이해관계 조정'

입력 2022-02-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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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00개 기업 설문조사 결과
응답기업 중 82% "새 정부 규제 완화기조 향해야"
역대 정부서 규제만능주의 타파 못해
규제정책 전문 인력 확충 필요성도 제기

(자료제공=대한상의)

경영계가 새 정부의 규제개혁 과제로 '낡은 규제 정비'와 '이해 갈등 조정'을 꼽았다. 낡은 법 제도 자체도 문제지만, 법 제도의 개선을 어렵게 하는 이해갈등 역시 기업의 혁신과 변화를 방해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13일 발표한 '새 정부의 규제개혁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300개 기업 중 94.7%가 ‘낡은 규제 정비’와 ‘이해갈등 조정’(복수응답 가능)이 새 정부의 최대 과제라고 응답했다.

정부의 규제영향평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 총량 관리 강화’(93.3%), ‘민간의 자율규제 확대’(83.7%) 등도 중요 과제로 꼽혔다.

바람직한 규제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48.7%, ‘법을 잘 지키는 모범기업에 대해서는 자율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33.7%로 나타났다. 대체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80%를 넘은 것이다. 반면 ‘현행 유지‧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17.6%에 그쳤다.

분야별 규제개혁 과제 중 고용·노동 분야에 대해서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을 위해 관련 제도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응답이 44.7%로 가장 많았다. ‘노사 자율협의 영역 확대’(35.3%), ‘법상 과도한 형벌제재 합리화’(20%)가 뒤를 이었다.

환경 분야에선 ‘성과보수를 통해 자발적인 규제 준수를 유인해야 한다’는 응답이 69.3%로, ‘처벌을 통해 규제를 강제해야 한다’(30.7%)는 응답보다 많았다.

산업·안전 분야에서도 ‘근로자도 안전의무를 준수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46%로 가장 많았고, ‘행정체계를 사후처벌에서 예방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응답한 기업도 40%에 달했다. 지난달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부담과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자료제공=대한상의)

대기업 관련 규제에 대해서는 응답기업의 48.7%가 ‘신산업‧신시장 분야에 한해 완화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경쟁국에 없는 규제 조항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43%)는 응답도 뒤를 이었다.

역대 정부들의 규제 개혁 추진이 그간 성과를 내기 어려웠던 이유로는 규제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규제만능주의’(42.3%)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어 ‘이해관계 갈등’(22%), ‘규제개혁에 대한 국민 공감대 부족’(21%), ‘공무원 소극행정’(14.7%) 순이었다.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규제가 신설되니 다른 규제가 개선돼도 체감하기 어려운 데다, 한번 생기면 없애기도 쉽지 않아 오랫동안 기업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역대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개혁 노력에도 현장에서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규제개혁 추진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력‧조직 등 시스템 개선’(42.7%)을 첫 손에 꼽았다. 규제개혁 관련 인력확보와 전담조직 권한 강화 등 전반적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규제개혁 공감대 형성’(25.0%), ‘강력한 규제개혁 리더십’(20.0%), ‘적극행정 활성화’(12.3%) 등이 규제개혁 추진의 중요 요소로 꼽혔다.

강영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수석 경제학자들이 규제 영향을 계량적으로 분석하고 기업 부담을 줄여나가는 규제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규제 담당 전문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각 부처와 연구조직에 전문인력과 예산을 확충해 자체적인 역량을 키우는 것이 규제개혁 성공의 필요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대한상의 규제샌드박스실장은 “차기 정부 출범이 다가올수록 새로운 규제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커질 것”이라며 “규제환경이 기업의 혁신과 변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기업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책들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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