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 투자하고’…유통업계 미래성장동력으로 스타트업 '찜'

입력 2022-02-0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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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은 샐러드 전문 배송 스타트업 ‘프레시코드’와 건강 간편식 픽업 서비스를 시작한다. (사진제공=세븐일레븐)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어느 산업보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유통업계가 최근에는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있다. 신산업 진출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사업 속도를 올릴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단순 사업 협력부터 지분 투자나 인수까지 다양한 방안들이 시도되고 있다.

8일 CJ온스타일(CJ ENM 커머스부문)은 패션, 리빙 등 핵심 카테고리 강화 및 연관 밸류체인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2배 이상으로 직간접 투자를 늘리며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리빙 전문 플랫폼 ‘콜렉션비(COLLECTION.B)’를 운영하는 브런트㈜에 대한 30억 원의 직접 투자를 단행해 신호탄을 쏜다. CJ온스타일은 국내 온라인 프리미엄 리빙 시장에 대한 성장성과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등을 고려해 브런트㈜ 대상 총 6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라운드를 리드하며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달 내로 투자가 완료되면 약 12%의 지분율로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동반 성장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그룹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인 ‘케이스타트업’과 손잡고 스타트업의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는 ‘체인지엑스’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체인지엑스’ 프로젝트는 현대백화점그룹이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비즈니스 사업 모델 창출에 함께할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기 위해 만든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으로, 올해부터 2월과 8월 두 차례씩 매년 진행될 예정이다. 모집 분야는 △기존 사업 협력(유통·패션·리빙·식품) △신규 사업 협력(뷰티·헬스케어·바이오·친환경·고령친화·교육 등) △디지털 전환(AI·클라우드·블록체인 등)이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해 8월에도 편의점 콘셉트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인 나이스웨더에 3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아주호텔앤리조트 역시 ‘아주컨티뉴엄(AJU CONTINUUM)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투자 분야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선다. 이 회사는 지난 2016년 투자했던 스타트업 스파크플러스의 일부 지분을 지난 해 매도하면서 10배 이상의 이익을 실현한 바 있다. 이 케이스를 모범사례로 삼아 기존의 주력사업인 브랜딩/운영 사업, 호텔 투자 사업을 지속함과 동시에 주력사업에 시너지를 더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발굴할 예정이다.

GS리테일도 오프라인 플랫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서비스 운영 기업들을 연달아 인수하고 있다. 배달앱 2위 요기요를 비롯해 배달대행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푸드 기반 플랫폼 쿠캣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홈쇼핑은 중국 전문 콘텐츠 스타트업 ‘비욘드바운더리’와 캐릭터 IP 등 콘텐츠 사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롯데홈쇼핑)

롯데와 신세계는 일찌감치 스타트업의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해에만 중고나라와 어반플레이 등 스타트업 2곳에 317억 원을 투자했고 현재까지 모두 스타트업 4곳에 350억 원가량을 썼다.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털인 롯데벤처스까지 합하면 규모가 더 늘어난다. 롯데벤처스는 2016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모두 스타트업 163곳에 613억 원 규모를 투자했다.

신세계그룹 역시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신세계는 지난 해 12월 서울옥션에 280억 원을 투자했고, 기업형 벤처캐피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통해 출범 이후 1년 반 동안 11곳의 스타트업에 307억 원이 넘는 자금을 들였다.

직접 투자 뿐만 아니라 손을 잡고 사업확대에 나서기도 한다. 세븐일레븐은 샐러드 전문 배송 스타트업 ‘프레시코드’와 건강간편식 픽업 서비스를 시작했고, 부동산 가치평가 솔루션 제공 스타트업인 ‘오아시스비즈니스’와는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향후 고도화된 창업정보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예정이다. 롯데홈쇼핑은 중국 전문 콘텐츠 스타트업 ‘비욘드바운더리’와 캐릭터 지적재산권(IP) 등 콘텐츠 사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유통업계가 이처럼 스타트업에 공을 들이는 것은 성장 한계에 부딪히자 외부와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살 길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을 통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사업을 찾을 수 있고, 스타트업은 재정적인 지원과 기업의 인프라 활용, 판로 개척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유통업뿐 아니라 산업 전반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벤처기업 거품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윈-윈 전략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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