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30] 기본소득에 에너지고속도로...이재명의 야심찬 공약 '백지수표’ 될까

입력 2022-02-06 11:21수정 2022-02-0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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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5일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 이벤트광장에서 즉석연설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방의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표와 직결되는 재정투입 민생 정책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기본 시리즈’(기본소득·주택·대출)가 대표적이다. 국가 단위의 보편적 복지뿐 아니라, 대규모 인프라 구축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엄청난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 후보는 약 700만명의 19세~29세 청년에 약 7조 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하는 연 100만 원의 청년 기본소득을 제시했다. 올해 본예산의 약 1.2%에 해당하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지만 조달 방안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이투데이에 “청년기본소득은 나중에 14조까지 필요한데, 별도의 재원 대책이 없는 공약은 지속가능성이 없다”며 ‘현 정부 출범 이후 국가채무는 400조, 연 평균 100조 가량 증가했다. 심각한 저출생, 고령화로 인해 기초연금, 아동수당, 건강보험 등 기존의 복지 항목에 투입되는 규모는 더욱 커지고 정부 재정 소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재정으로 기존의 복지를 충당하기도 어려운데, 농어촌, 프리랜서 예술인 기본소득 등 복지 공약에 별도의 조세 매커니즘 없이 세출 조정을 내세운 이 후보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는 임기 내 연간 100만 원까지 늘리겠다는 기본소득 재원 마련 방식에 대해 탄소세와 국토보유세 도입을 주장해왔다. 이 후보 공약대로라면 2023년도 지급해야 할 기본소득 예산은 총 20조 원 정도다.

이 교수는 “탄소 제로를 목표로 한 기업에 걷는 목적세로, 목적을 달성하고나면 없어지는 세금을 항구적으로 국민에 나눠준다는 건 말이 맞지 않다. 또, 기업은 탄소세로 납부해야 하는 금액만큼을 시멘트, 철강 등 물건값에 증가시켜 결국 소비자,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토보유세는 토지이익배당금제로 이름을 바꿔 재추진된다. 이 교수는 “종부세를 통합시키고, 지자체의 핵심 재원인 재산세를 제외하고나면 전국민 한달 5000원~1만 원, 1년 6만 원 수준이며, 오천만 국민에 3조 원 가량을 주는 셈”이라며 기본소득 재원으로선 구색이 단촐하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의 ‘신경제’ 비전의 핵심은 국가 단위 대대적 투자다. 그 한 축은 이른바 에너지고속도로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를 빗댄 대투자다. 전국 곳곳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면 이를 손쉽게 유통시킬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전력망을 깔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발표된 이 공약은 김성환 의원이 ‘분산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발의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문제는 물론 한국전력공사가 송배전을 독점하는 현 구조를 180도 뒤집는 것이어서 전기요금 인상 문제까지 맞물리는 등 복잡한 사안이다. 한전 관계자는 “스마트그리드 구축은 매 정권마다 시도해왔지만 번번이 실패할 만큼 어려운 과제이고, 결국 한전이 깔아놓은 송배전 인프라를 사용하는 것이라 한전이 참여해야 할 텐데 그러려면 전기요금 현실화도 정리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10년 단위 장기과제로 할 수 있는 것이지 한 정권 임기 단기간에 이루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 민주당 의원은 “한전이 송배전망 투자에 소극적이라 국가가 나서 대규모 재정을 들여 투자를 한다는 게 에너지고속도로의 핵심이다. 10조 원 정도 재정 소요를 예상한다”며 “나아가 한전이 주도하지 않고 국가 차원에서 전력망을 관리하는 구상까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실현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구상도 있다. 제주까지 철도를 잇는 해저터널이 그것이다. 소요재정은 밝히지 않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17조 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그러나 2015년부터 이어져오는 제주 2공항 논란이 여전하다는 점, 김포공항 이전과 얽혀있다는 점에서 항공업계와 공항 부지 확보 등 이해관계가 복잡한 상황이다. 당 관계자는 “해저터널을 만들면 김포공항 이전의 발단이 되고 제주공항 근로자들의 실직도 유발할 수 있어 민감한 문제”라고 했고, 다른 민주당 의원은 “도민들조차 공론화가 부족한 상황이라 섣불리 공약화하는 건 바람직하진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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