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상용화 준비 마친 PO3G…100% 친환경 소재사로 탈바꿈”

입력 2022-02-04 05:00수정 2022-03-1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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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정재준 신사업개발실장 인터뷰

옥수수로 만든 친환경 소재 PO3G 3월 상용화
운동화ㆍ패션ㆍ의류ㆍ가구분야 탄성 소재에 사용
생분해ㆍ화학적 재활용 기술 주력…정부 지원 필요
SK케미칼 향후 친환경 소재 비중 100%로 확대

▲정재준 SK케미칼 신사업개발실장은 경기도 성남 SK케미칼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2030년까지 친환경 소재 비중을 100%로 늘릴 계획"이라며 "결국 친환경 포트폴리오만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PO3G뿐만 아니라 지금 진행하고 있는 화학적 재활용 아이템, 생분해 소재까지 친환경 소재를 계속해서 확장해 나갈 예정입니다.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케미칼 본사에서 만난 정재준 신사업개발실장은 PO3G 사업에 대해 “현재 설비 공사가 끝났고 시운전을 준비 중이다. 3월 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파일럿 설비를 통해 조금씩 생산에 나서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PO3G란 옥수수를 발효해 만드는 100% 바이오 원료 기반의 바이오폴리올이다. 기존 폴리올과 화학구조는 같지만, 재생 가능한 소재를 사용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대 40%까지 적고, 생산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다.

앞서 국내 최초로 PO3G 생산에 성공한 SK케미칼은 상업화를 위한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3월께 양산 체제에 들어갈 계획이다. PO3G 생산을 시작할 첫 번째 생산 설비는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다. 회사는 앞으로 수익성을 늘려 울산에 두 개 라인을 추가로 증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정 실장은 “아직 시장 자체가 거의 형성되지 않은 상태이고, 새로운 제품으로 시장을 개척해 가는 과정인 만큼 소규모로 시작한다”면서도 “투자 결정을 할 때에도 2~3번째 공장 증설을 계획했던 만큼 규모가 생기면 수익성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처 절반, 의류공장 밀집한 중국

▲SK케미칼이 PO3G를 원료로 생산한 운동화 깔창, 퍼프, 마스크 등의 제품. (이다솜 기자 citizen@)

PO3G가 주로 활용되는 분야는 패션·의류 산업이다. 그중에서도 폴리우레탄, 스판덱스 등 주로 탄성이 필요한 소재에 사용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관한 관심이 늘고 소비자의 인식도 개선되면서 패션·의류 업계에서도 친환경 재료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일례로 주요 글로벌 스포츠, 패션 업체가 참가한 2018년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4)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패션산업 헌장(Fashion Industry Charter for Climate Action)’이 제정되기도 했다.

당시 헌장 제정에 참여한 기업들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총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5년 대비 30% 감축하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수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기로 했다.

다만, 여러 소재가 섞인 혼방 원단을 사용하는 산업 특성상 소재를 분류해 재활용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대신 업계에서는 PO3G 등 바이오 원료로 만든 제품을 대안으로 찾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스포츠, 패션업계에서 운동화, 패션, 가구 등 자사 제품에 PO3G를 늘리고 있다.

더구나 PO3G를 사용하면 기존 제품보다 부드러우면서도 탄성 회복력과 내마모성이 개선돼 착용감이 좋고 제품의 변형이 작다. 이런 특징을 바탕으로 PO3G는 운동화 밑창의 원료 중 하나로 쓰이거나, 스마트 워치에 주로 쓰이는 웨어러블 밴드 등에 활용된다. 이 외에 인조피혁에도 활용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자동차용 가죽 등으로 활용 분야가 다양해진다.

정 실장은 “신발 밑창 분야의 시장은 판매가 원활해지면 연간 생산량을 전부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큰 규모”라면서 “적시에 생산하기 위해 틈틈이 모니터링을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SK케미칼의 PO3G 공급처는 패션·의류 제조 공장이 밀집해 있는 중국의 비중이 가장 크다. 출하 도착지 기준 중국이 절반을 차지하고, 국내가 30%, 나머지 일본, 유럽, 미국을 합쳐 20%가량이다.

정 실장은 “패션 관련 생산 기지가 대부분 중국이나 동남아이기 때문에 제품 대부분이 중국으로 가는 구조”라면서 “공급처는 오히려 국내보다 중국에서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관심 늘어야 ‘규모의 경제’ 가능

▲정재준 SK케미칼 신사업개발실장은 경기도 성남 SK케미칼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PO3G 시장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SK케미칼이 겪고 있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 기존에 석유를 바탕으로 한 제품보다 시장은 작고, 가격 경쟁력은 떨어져서다.

정 실장은 “리사이클, 바이오 소재를 포함해 친환경 소재들은 기존 소재와 비교하면 규모 및 여러 측면에서 가격 측면의 어려움이 있다”며 “앞으로 생산력 강화를 실현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료인 옥수수가 작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생산량에 따른 가격 변동 리스크도 있다. 정 실장은 “옥수수 가격이 안정적일 때에 비하면 50% 이상 올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면서 “경작지뿐 아니라 동일한 면적에서 나오는 생산량이 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안정화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소비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친환경 소재라 하더라도 정작 소비자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제품화되는 데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 실장은 “최근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져 앞으로 친환경 소재가 더욱 주목받는 시점이 다가왔다고 판단한다”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소비자의 관심이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정 실장은 PO3G 생산·공급 확대를 위해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최근 화이트 바이오 정책, 그린뉴딜 등의 정책을 발표하며 이를 달성하려는 방안으로서 바이오 플라스틱의 사용도 포함했다”며 “이를 위해 기초가 되는 연구·개발(R&D) 지원뿐 아니라 실제 사용에서 저변을 넓히기 위해 규제 완화 등 적극적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포트폴이오만 남게 될 것”

SK케미칼은 향후 PO3G를 비롯해 친환경 소재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다.

정 실장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단순 물리적인 재활용이 가지는 물성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다양한 용도로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SK케미칼도 이와 관련, 다양한 신규 사업과 함께 생분해성 소재로서 PLA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소재)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 실장은 “회사의 의지와 시장의 요구가 큰 만큼 향후 친환경 소재로 방향을 잡고 계속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2025년까지 친환경 소재 비중을 50%로 늘리고, 2030년까지는 100%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또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지구의 환경을 보호한다는 회사의 비전에 맞지 않는 비즈 포트폴리오는 과감히 정리하면서 결국 친환경 포트폴리오만 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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