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 성소수자, 자살위험 15.8배 높아…"정신건강 대책 마련해야"

입력 2022-02-03 12:56수정 2022-02-0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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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년성소수자 49.8% 우울 경험
사회적 낙인ㆍ편견 ‘소수자 스트레스’ 시달려
"정부, 성소수자 의료정책 성병에 치중…정신건강 다변화 필요"

(유혜림 기자 wiseforest@)

한국 청년 성소수자 10명 중 5명은 우울 증상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청년층 정신 건강 유병률과 비교해보면 6배 이상 높은 수치다.

‘다움(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은 지난해 8~9월 국내 청년 성소수자(최근 10년간 한국에서 거주한 만 19~34세 이하) 3911명을 대상으로 ‘2021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를 진행했다고 3일 밝혔다. 역대 성소수자 대상 설문조사 중 최대 규모다. 조사 결과, 한국 청년 성소수자 절반가량(49.8%)이 최근 일주일간 우울감을 겪은 것으로 조사 됐다.

우울감을 경험한 응답자의 50.1%는 최근 1년간 정신과를 방문했으며 43%는 정신과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청년과 비교했을 때 약 4~5배 높은 수치다. 전체 청년층 중 11.9%가 정신 건강 전문가를 만났으며 8.4%만 항우울제 등 약물을 처방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청년층이 2.74%인 반면 청년 성소수자는 41.5%로 월등히 높았다. 최근 1년간 자살을 시도한 비율을 살펴보면, 청년 성소수자(8.2%)가 전체 청년(0.53%)에 비해 약 15.8배나 됐다. 특히 트렌스젠더가 다른 성정체성에 비해 더 높은 수준으로 자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조 연구책임자는 “최근 1년간 한국 청년 성소수자의 100명 중 8명이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다는 의미”라며 “특히 트렌스젠더와 논바이어ㆍ젠더퀴어는 더 높은 자살 시도율을 보고하고 있다. 특히 트렌스젠더에 대한 정신건강 접근성을 시급하게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간 정부는 성병이나 HIV 예방 사업에만 치중했을 뿐 성소수자의 건강 정책에는 소홀했다는 것이다.

이호림 고려대학교 보건과학과 보건학 박사는 “이러한 정신 건강 격차는 성소수자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으로 인한 ‘소수자 스트레스’에서 기인했다”며 “그간 일관된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의 성소수자 건강에 대한 정책 개입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의료 현장의 경우, 성소수자들에게 적절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업무 종사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며 “정부도 보건의료나 심리 상담 등 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문화적 역량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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