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권 바꾸려고 했는데”…사라진 은행 점포 "폐쇄 전 의견수렴 절차 강화해야"

입력 2022-01-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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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맞아 돈을 신권으로 교환하려는 수요가 늘어났지만 은행의 점포수가 줄어들며 불편을 겪는 이들이 늘고 있다. 김현태(62ㆍ가명)씨는 “평소에 인터넷뱅킹을 사용하다보니 은행이 없어진다는 공고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며 “신권을 바꾸러 다른 은행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금융 시대가 성큼 다가오며 은행의 점포가 사라지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금융소비자의 금융접근성이 악화되지 않도록 더욱 철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는 2015년 말 7101개에 달했으나, 작년 6월 기준 6326개로 축소됐다. 디지털 금융의 확산으로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자 대면 점포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디지털 금융에 취약한 일부 계층의 금융 소외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당국과 은행은 점포 폐쇄 전 외부영향평가 실시, 고객 대상 사전안내 강화 등의 절차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작년 3월부터 점포폐쇄 공동절차를 통해 점포폐쇄 3개월 전 고객에게 미리 관련 내용을 알리도록 하고 외부인 참여 하에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등 고객의 권익보호를 위한 절차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금감원도 지난해 은행 경영공시 항목을 개정해 점포 신설·폐쇄 관련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금융권의 분기별 업무보고 시 은행권 점포 폐쇄 공동절차에 따른 사전영향평가 결과자료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절차 마련에도 은행 점포의 감소 추세는 여전해 사전 영향평가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구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재 기술발전과 금융거래환경의 변화로 인해 점포폐쇄 자체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라면서도 “규제기관에서도 시장의 자연스러운 변화에 대해 과도한 개입은 삼가면서도 점포폐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고객 및 지역사회의 불편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개선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은행 점포 폐쇄의 사전영향평가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지역사회나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절차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주요국의 은행점포 폐쇄절차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점포를 폐쇄하는 과정에선 다른 국가와는 달리 의견 수렴, 검토 회의 등의 과정이 빠져있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은행 점포 폐쇄 전 의견수렴·검토회의 절차와 관련해서는 일정한 전제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지역사회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검토회의를 소집하고 있다. 또, 영국은 고객 외 점포폐쇄에 이해관계가 있는 주체에 대해서도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질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사전영향평가에 외부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지만, 지역주민이나 그 밖의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검토회의 등의 절차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개별은행이 이러한 절차를 자율적으로 마련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상황이다.

또한, 점포 폐쇄에 대한 사전 분석 과정에서 당국이 분석에 사용되는 자료와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한 상세한 기준과 예시를 제시하며 사전영향평가의 정밀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구형 입법조사관은 “은행이 점포를 폐쇄할 때 의사결정을 신중히 하고 고객의 불편을 고려하도록 유도할 수는 있으나, 대체수단의 제공과 같이 고객에게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라며 “따라서 은행의 경영효율화 필요성과 고객의 금융접근성 보장이라는 두 과제를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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