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 부진…글로벌 금리 상승 우려로 하락폭 확대”
김지형(27, 가명) 씨는 최근 한숨이 늘었다.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월급을 받으면 1주씩 사 모았던 네이버 주식이 연일 하락하고 있어서다. 제2의 삼성전자라고 생각했던 네이버가 주식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자, 지형 씨는 지금이라도 네이버를 손절매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성장주’의 대표 주자인 네이버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네이버는 26일 장 중 31만 원대로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날 네이버는 31만3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전날보다 2.8% 하락한 수준이다. 네이버는 장 중 31만2500원을 기록했다. 최근 1년 중 주가가 가장 높았던 지난해 7월 26일(46만5000원)과 비교해 32.79% 낮은 수치다.
연초부터 26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을 네이버를 9746억1295만 원을 순매수했다. 이달 초 네이버의 가격은 37만 원대로 40만 원대를 웃돌던 때에 비해 가격이 낮은 상태였다. 이에 개인들은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생각해 순매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들은 3005억4049만 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이에 합세해 7045억9671만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매도한 만큼 개인이 사들이며 네이버의 주가 하락을 막은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갈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개미의 방어에도 내림세다. 성장주는 대개 미래 가치가 현재 주가에 반영돼 있어 금리가 오르면 미래 실적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진다. 즉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의 주가는 내려가는 게 다수다. 네이버 역시 금리의 습격을 피할 수 없었다. 연초 34만~35만 원대에 갇혔던 네이버 주가는 최근 31만 원대로 떨어졌고, 이마저도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미 복수의 증권사들은 네이버의 목표 주가를 하향했다. 삼성증권은 기존 54만 원에서 49만 원으로 내렸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주가는 지난 하반기부터 규제 강화 우려로 내림세에 있다”며 “연초 이후 4분기 실적 부진과 글로벌 금리 상승 우려로 하락 폭이 확대됐다”고 했다. 정부의 규제 스탠스 변화, 글로벌 금리 인상 등 외부적 환경 변화를 고려해 올 상반기에는 주가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 역시 목표 주가를 54만 원에서 46만 원으로 내렸다. 허제나 카카오페이 연구원은 “2021년 전사 이익 증가를 견인했던 광고 사업부의 매출증가율 둔화가 예상된다”며 “2022년 네이버 쇼핑 거래대금 증가율이 둔화하며 경쟁사 거래대금 규모와 유사해질 것으로 전망치를 수정한다”고 했다.
다만 여전히 네이버의 성장성을 점치는 증권사도 있었다. 네이버가 ‘제페토’로 메타버스 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대체불가능토큰(NFT)까지 섭렵했다는 이유에서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랩스는 도시 단위의 디지털 트윈 사업, 아크버스를 발표하며 네이버의 메타버스 역량은 더욱 강화된다”고 분석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제페토는 2억5000만 명 누적 이용자를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패션, 방송, 게임, 유통 등으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 중”이라며 “올해 1000억 원에 육박하며 전년보다 3배에 가까운 초고성장을 누릴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