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CBDC, 도입 가능성은 작지만 연구ㆍ도입 준비는 더욱 본격화될 것"

입력 2022-01-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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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은행)

한국은행이 24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주요 이슈별 글로벌 논의 동향'을 발간했다.

한은은 CBDC 인프라 구축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되는 요인으로 △현금 이용 감소세가 지속되고 △경제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 되는 한편 △빅테크의 시장지배력과 데이터 집중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의 등장 등으로 금융・경제 여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현금 이용 감소는 일부 취약계층에게 큰 불편을 초래할 뿐 아니라 중앙은행 실물화폐를 중심으로 구축된 기존 통화시스템에 대한 신뢰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및 금융 전반의 디지털 전환(Digitalization)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기술 변화에 발맞추어 공공 화폐 인프라를 고도화할 필요성이 증대되는 상황이다. 디지털화에 따른 역사적인 화폐 전환기를 맞아 빅테크의 선불지급수단, 암호자산,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민간 화폐가 등장하고 있으나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빅테크의 부상 또한 공공화폐 인프라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요인이다. 빅테크의 시장지배력 강화와 개인정보 집중 심화 우려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높은 수수료 뿐 아니라 개인정보의 상업적 이용, 데이터 사일로(silo)화로 인한 혁신 저해, 독과점 구조 고착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CBDC를 둘러싼 글로벌 동향에 대한 분석 또한 내놨다. 최근 중남미, 아프리카의 일부 신흥국에서 CBDC를 실제 도입한 가운데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CBDC를 핵심 중장기 과제로 인식하고 관련 연구 및 도입 준비 업무를 본격 추진 중이다.

특히 중국은 실제 환경 시범운영을 확대해 시행하면서 주요국 중 최초로 2022년 중 도입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ECB도 CBDC 도입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Digital Euro 프로젝트에 공식 착수했다.

현재 CBDC는 구체적인 설계 및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운영 구조 측면에서 중앙은행이 단독으로 운영 책임을 지는 직접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 입장이며, 중앙은행과 민간 부문 간 적절한 역할 분담 방안에 대한 세부 논의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원장관리 방식 측면에서는 분산원장기술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의견과 중앙집중형 네트워크 기반의 기존 기술(단일원장 방식)을 이용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분산원장 방식은 복원력ㆍ보안성 측면에서 더 우수하고, 특히 미래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 기술로서 확장성과 효율성, 상호운용성 측면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는 주장도 제기 중이다.

균형 있는 익명성에 대한 요구 또한 높아지는 상황이다. CBDC가 불법 자금세탁, 조세 회피 등의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일정 수준의 익명성을 제공하거나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기술적,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크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위해 무기명 선불카드와 유사한 오프라인 CBDC 발행, 영지식 증명(Zero Knowledge Proof) 등 최신 IT기술 활용 등의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디지털 ID 활용, 데이터 관리 주체 분리 등의 제도적 장치도 논의 중이다.

CBDC의 법적 기반에 대한 고민 또한 현재 진행형이다. 중앙은행법에 CBDC 발행 근거를 별도 규정해야한다는 것이다. CBDC는 국민의 재산권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새로운 통화제도이므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입법을 통해 법적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대다수 견해다. 한편 강제통용력 측면에서는 CBDC가 법화로서 전자화폐(e-money), 스테이블코인 등 여타 민간 지급수단과 구분되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중앙은행법에 CBDC를 법화로 명문화하는 것이 대체적 흐름이다.

한편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아직 대부분 이슈에 대하여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현재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술적, 제도적 측면에서 각 방안의 장단점을 분석ㆍ점검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모든 국가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최적의 CBDC 설계 및 운영 방식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각국은 이용자의 요구 및 도입 목적과 자국의 상황, 제도적 특수성 등을 고려해 설계 및 운영 방식을 구체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CBDC 도입이 거시경제 및 금융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다각적 영향에 대한 연구가 학계ㆍ국제기구ㆍ중앙은행 등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CBDC의 부정적 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예금과 대체관계에 있는 CBDC가 도입됨으로써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약화, 통화정책 파급경로의 유효성 저하, 금융기관 및 시스템의 건

전성 저하 등이 유발될 소지에 대해 우려다.

일각에서는 CBDC 도입이 미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질서에 변화를 초래하거나 일부 신흥국 통화가 달러화 등 주요국 통화로 대체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다만 아직 소수 신흥국에서만 CBDC가 도입되었고 대다수 국가들에서는 구체적인 CBDC 설계 및 운영 방식이 결정되지 않음에 따라 이러한 논의들은 현재 이론적 분석 및 추정에 한정 중이다.

특히 학계 일각에서는 CBDC에 이자가 지급된다고 가정하고 파급효과를 분석하고 있으나, 이자 지급 가능 여부 및 법적 성격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CBDC는 화폐라는 점에서 보유 잔액에 대해 이자가 지급되더라도 그 성격이 통상적인 의미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CBDC의 도입 가능성에 대해 "향후 모든 중앙은행이 CBDC를 도입할 것이라고 단언

하기 어려우며, 도입을 결정하더라도 실제 발행 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재 바하마, 동카리브, 나이지리아 등 일부 신흥국이 CBDC를 발행하였으나 지급결제 시스템 발달이 더디고 금융포용이 미진한 특수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주요국 중앙은행(중국 제외)들은 아직 CBDC 도입 여부를 결정한 바 없고, 발행에 앞서 충분한 사전 연구와 점검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 중"이라고 덧붙였다.

CBDC의 도입 가능성은 작지만 연구와 도입 준비 업무는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가늠했다. 현금 이용 감소세 지속, 경제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암호자산 시장의 확대와 빅테크의 시장지배력 이슈 등을 배경으로 CBDC에 대한 사회적 관심키 크게 증대돼서다.

미국, EU, 영국,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CBDC 연구와 도입 준비 작업이 상당 수준 진척되어 본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중앙은행 주도의 사회적 공론화 단계로 이행 중이다.

CBDC 표준 모델에 대해서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CBDC의 구체적인 설계 및 운영 방식은 나라별로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표준 CBDC 모델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타국의 사정에 맞추어 설계된 CBDC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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