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유가 급등, 위기요인 중첩되는 경제

입력 2022-01-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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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다. 17일 예멘 반군이 무인기(드론)로 주요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제공항과 석유시설을 공격했다. 이에 따라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 원유(WTI)가 배럴당 85.43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9%(1.61달러) 급등했다. 한국의 수입비중이 높은 두바이유 가격도 이날 86.58달러로 2.0%(1.66달러) 올랐다.

미국의 셰일오일 공급으로 유가 하락이 본격화한 2014년 10월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이들 유가는 올 들어서만 10% 이상 치솟았다. 유가 오름세는 앞으로 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으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진 것도 러시아 원유생산 차질과 공급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선진국의 원유 재고 감소, 산유국들의 증산 지연 등도 겹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올해 안에 100달러를 돌파하고 2023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의 경우 올해 125달러, 내년 150달러까지 넘길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수요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의 중대한 불안 요인이다. 에너지 가격과 수입물가를 올려 생산비용이 늘어난다. 기업경쟁력 약화로 생산과 투자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연쇄적으로 소비자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고, 서민 생활이 갈수록 빠듯해지면서 내수 경기가 뒷걸음치게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연평균 100달러로 오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1%포인트(p) 높이고, 연간 경제성장률을 0.3%p 떨어뜨릴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뿐 아니라 다른 주요 원자재 가격도 계속 고공행진이다. 미국의 통화 긴축, 중국 경기 둔화,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 위기 요인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한국 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다. 원화의 약세까지 겹쳐져 불안이 증폭된다.

경기의 발목을 잡는 악재들만 부각되는데 경제정책은 꼬이고 방향성도 엇갈리면서 위기를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은 물가 방어와 유동성 축소를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하는 기조인 반면, 정부는 끊임없이 돈을 더 풀면서 거꾸로 간다. 코로나 피해가 심각한 자영업자 구제를 내세운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고 안정적이어야 할 경제운용이 뒷전에 밀리고, 정책당국은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여당이 내지른 선심성 퍼주기 공약의 뒤치다꺼리에만 바쁜 모습이다. 과거 한국전쟁 때인 1951년에나 있었던 1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71년 만에 밀어붙이는 비정상적 행태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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