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이석훈 "뮤지컬 다작? 여기서 더 제대로 해야죠"

입력 2022-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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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인터뷰…"선물같았던 지난해, 올해도 지금과 같았으면"

▲'젠틀맨스 가이드' 몬티 타바로 역의 이석훈. (사진제공=쇼노트)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무슨 깡으로 했는지 모르겠어요. 뮤지컬을 통해 평범한 인물, 괴물같이 변하는 사람, 백작 등 다양한 역할을 해냈네요. 여기서 건방 떨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 제대로 해내야죠."

뮤지컬배우 이석훈은 언제나 진심이다. 이름 앞에 '가수'가 아닌 '뮤지컬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의 땀방울이 증명한다. 뮤지컬 '웃는남자'를 준비하며 지독한 다이어트를 했던 때만큼 몸무게도 빠졌다. 150분간 이어지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를 보면 그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무대 위에 오르는지 잘 알 수 있다. 이석훈은 '젠틀맨스 가이드'에서 몬티 나바로 역을 맡아 서술자이자 주인공으로 작품을 이끌고 있다.

"완벽주의자인지는 모르겠는데, 완벽주의자처럼 행동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하하. 사실 제가 코미디를 무서워해요. '광화문연가'를 하면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처절하게 느꼈기 때문에 '젠틀맨스 가이드'를 할지 말지 고민했죠."

이석훈은 '광화문연가' 무대 감독과 초연 '젠틀맨스 가이드'도 직관했다. 자신과 연이 닿을 거로 생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감탄만 했단다. 이후 지난 시즌에서 시벨라 역을 맡은 배우 김지우가 '너 왜 안 하냐'고 다그치기 시작했다.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폐막을 앞둔 무렵 제작사 쇼노트로부터 연락을 받았죠. 영상으로 다시 한번 보면서 생각했어요. '그래, 석훈아 도전하자'라고요. 남들은 그냥 맨땅에 헤딩을 하는데, 저희는 돈 받고 맨땅에 헤딩을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정말 감사하죠. 그래서 더 욕을 먹을 수도 있는 거고 부담도 되지만 도전을 허락해주시니 해야죠!"

다음은 이석훈과 일문일답

- 정성화·정문성·고은성과 처음 합류했다. 연습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 1~2주는 시간이 금방 가더라고요. 라디오도 해야 하니 중간에 가야 해서 마음이 조급했어요. 빨리 연습실에 가서 최대한 많은 양을 해내고, 저녁엔 계속 대본을 봤죠. 연습 영상도 계속 받아 보면서 준비했어요. '젠틀맨스 가이드'는 한없이 무서울 수 있는 것들을 한없이 재미있게 표현한 극이에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안무 감독님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연석이랑도 '이건 미필적 고의야', '아니야, 살인이야'라며 계속 얘기하며 포커스를 잡아갔죠. 마냥 웃기면 코미디 프로그램이랑 다를 바 없잖아요. 애드리브 잔치여도 내용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경우의 수도 굉장히 많은 작품이어서 계속 고민 과정을 거치고 있죠."

▲'젠틀맨스 가이드' 몬티 나바로 역의 이석훈. (사진제공=쇼노트)

- 굉장히 치열하게 준비한 것 같다.

"캐스트가 많아서 포인트도 다르고 대사도 많아요. 어느 순간 스스로 살이 너무 많이 붙었다고 판단된 적이 있었어요. 마침 음악 감독님이 '석훈아, 나사 한 번 쪼일까'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다시 딱딱 만지고 정리했죠. 지금은 많이 정리하고 있지만, 몸 안에 있는 게 한 번에 나가지 않아서 고민이 많은 상황이에요."

- 오만석·정성화·정문성·이규형 등 네 명의 다이스퀴스를 만난다. 어떤 다이스퀴스를 만나는지에 따라서도 마음가짐이 다르겠다.

"다 달라요. 성화 형이랑 제일 많이 했어요. 규형이랑 만석이 형도 좀 골고루 했는데, 문성이 형은 아직 두 번밖에 안 해봤네요. 성화 형이랑 할 때는 내용 위주로 하려고 해요. 성화 형이 추구하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거든요. 동감했어요. 선을 딱 정하고 가기로 했죠. 규형이나 문성이 형은 '가자' 이러면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내려오는 거 같아요. 다만 내용이 전달돼야 하니 '한 번 웃겨볼까' 싶은 걸 빼면서 하고 있어요."

- 이전 인터뷰에서 '무대에서 웃기고 싶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웃기고 싶은 욕망이 있어도 일단은 누르는 편인가.

"네, 눌러요. 1막 마지막 부분도 한없이 즐겁게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거기서 웃겨버리면 2막에서 시벨라가 죽어버릴 거 같아요. 드라마도 살지 않고요. 제가 생각한 부분은 꼭 지키려고 해요. 하지만 '젠틀맨스 가이드'가 아예 안 웃길 순 없는 작품이에요. 한 번 작정하고 안 웃겨봤는데 지루해지는 거 같아요. 피드백이 관객들한테 안 오면 배우들도 힘들어지고요. 그래서 몬티 나바로가 어떤 인물인지 설정값을 확실하게 해놓고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는 거죠."

- 이석훈이 본 몬티 나바로는 어떤 인물인가.

"천방지축이고 귀여우면서 엄마 말도 잘 듣는 애였어요. 집안의 환경 자체가 좋지 않다 보니 정서적으로 본인도 모르는 결핍들이 생겨난 인물이라고 봤어요. 1막 때는 어깨도 구부정하게 하고 '어좁이'(어깨가 좁은 사람을 일컫는 말)처럼 있거든요. 2막 때 비로소 '난 이제 완벽히 백작이야'라면서 허리를 펴죠."

- 몬티는 백작이 될 수 있는 인생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다. 또 이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석훈도 꼭 이루고 싶은 것을 위해 몰두한 경험이 있나.

"대학교 입시 때였어요.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입시를 앞두고 있었죠. 제가 정말 가고 싶은 곳이었어요. 당시 대학 입시 때문에 3일 동안 학원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연습하고 시험 보는 상황이었어요. 구두를 3일 동안 신고 있어야 해서 발이 정말 아팠던 상태였죠. 제가 저도 모르게 면접을 보면서 '신발을 좀 벗고 하겠다'고 말한 거예요. 저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신발을 벗곤 선생님을 계속 쳐다보면서 노래를 불렀어요. 지금 성격이라면 절대 못 할 행동들이죠. 같이 시험본 사람들 다 떨어지고 저만 붙은 거예요. 나중에 붙은 이유를 물어보니 신발을 벗고 뚫어지게 노래를 부른 사람이 이제껏 없었대요. 제 간절함이 용기를 만들었던 경험이에요."

-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연기적으로 했던 고민은?

"'뮤지컬처럼 연기하지 않기'가 목표였어요. 몬티는 각 잡힌 연기보다 풀어져 있는 연기가 맞다고 생각했어요. 무대에서 필요한 언어는 당연히 해야겠지만, 편하게 하면서도 입체적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어요. 같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을 연습할 때 보기만 해도 느는 느낌이었어요. 좋은 것 쏙쏙 빼먹었죠. 하하."

▲이석훈과 정문성(오른쪽). (사진제공=쇼노트)

- 창법도 이전 작품, 가요 부를 때와 완전히 다르더라.

"직전에 '마리 앙투아네트'를 해서인지 계속 소리가 내려가더라고요. 노래할 때도 밑으로 붙여서 하고요. 그래서 그 연습을 계속 했어요. '젠틀맨스 가이드'에서 보이는 창법은 뮤지컬용이에요. 뮤지컬은 목이 쉬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잘 돼요. 바르게 소리를 내려고 하고 바르게 호흡을 하려고 해서 그런가 봐요. 계속 뮤지컬을 하다가 가요를 부를 때 음 이탈이 나더라고요. 저 정말 음 이탈 안 나는 사람인데 말이에요. 감정도 많이 써야 해서 가끔 힘들기도 하더라고요. 왔다 갔다 하는 게 재밌어요."

- 뮤지컬을 하며 2022년을 맞이했다. 지난해는 이석훈에게 어떤 해였나. 그리고 올해 목표하는 바는.

"선물 같은 해였어요. 제 입으로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저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살았거든요.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은 것 같았어요. 그래서 선물 같았다고 늘 말해요. 더 열심히 해야죠. 열심히 하면 기회는 반드시 오는 것 같아요. 노력에 대한 답을 받았으니 더 열심히 하면 더 좋은 기회가 올 거라 믿어요. 그래서 올해 목표도 '지금만 같아라'예요. 제가 하고 싶은 뮤지컬도 하고 솔로 앨범 준비도 하고 있잖아요. 곧 콘서트도 할 거예요.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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