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인재들 '네카라쿠배' 떠나 스타트업으로 간 이유

입력 2022-01-17 05: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마크비전 임승현 개발이사ㆍ김민경 프로덕트 디렉터 인터뷰

“성장 위해선 ‘스타트업’…명확한 비전과 리더십, 마음 움직여”
빠른 조직ㆍ리더십도 입사요건…직장인 70% "스타트업 가고파"

▲인공지능(AI) 기반 위조 상품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마크비전 임승현 개발이사(왼쪽)와 김민경 프로덕트 디렉터 (사진제공=마크비전)

스타트업 업계의 빠른 성장 속에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IT 대기업 ‘네카라쿠배’ 출신 인재들의 스타트업행이 늘어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이른바 ‘전쟁‘이라 할 정도로 인력 쟁탈전이 치열하다. 이들이 대기업을 떠나 스타트업을 향한 이유가 무엇일까.

카카오와 쿠팡, 구글 등 유수의 IT 대기업을 거쳐 지난해 마크비전에 합류한 임승현 개발이사와 김민경 프로덕트 디렉터를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선릉의 위워크 오피스에서 만났다. 임승현 이사는 스타트업만큼 개발자가 성장하기 좋은 곳은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있으면 개발 업무가 완전히 세분돼 자기가 맡은 영역만 잘하게 된다. 전체 스택을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잘할 수 있는 개발자는 많지 않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프로덕트ㆍ서비스 개발 과정 전체를 경험할 수 있어 성장 측면에서 좋다.”

“눈에 띄는 성장과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면, 스타트업"

▲마크비전은 위조상품 적발 및 삭제 신고를 자동화해주는 AI 기반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랄프로렌코리아’, ‘젠틀몬스터’, ‘레진코믹스’ 등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사진제공=마크비전)

마크비전은 26개국 100여 개에 달하는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위조상품 적발 및 삭제 신고를 자동화해주는 AI 기반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위조 상품 탐지부터 IP 보호ㆍ수익화까지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졸업한 임승현 이사는 카카오, KTH, 티맥스소프트 등 국내 유수의 IT 대기업에 몸담았다. 카카오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지난해 8월 마크비전에 합류해 플랫폼 개발 및 AI 기술 고도화 과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안정적으로 큰 회사에 다니다가 이직한다는 게 사실 큰 결정이긴 했다”면서도 “그동안 사람에 의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던 위조 탐지를 AI 기술을 이용해 혁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어 마크비전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김민경 프로덕트 디렉터는 구글, 에누마, 래디쉬, 쿠팡 등 유수의 글로벌 IT 대기업을 거쳐 지난해 4월 마크비전에 입사했다. 그는 큰 조직을 굴러가게 하는 톱니바퀴가 되기보다 업무 성과에 ‘임팩트’를 남기고 싶어 스타트업을 선택했다.

“그동안 스타트업과 IT 대기업을 번갈아가면서 일했는데, 스타트업에서는 내가 이룬 성과가 크게 티 나는 체인지 메이커가 될 수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너의 일 나의 일 구분하지 않고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하는 추진력과 실행력이 중요하고, 그게 성과로 드러난다.”

대표의 명확한 비전과 리더십이 마음을 움직였다

이인섭 대표의 리더십과 비전 역시 영향을 미쳤다. 사실 김민경 디렉터는 이 대표와 미국 보스턴에서 대학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 사이다. 김 디렉터는 웰즐리대학교와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고, 이 대표는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하버드 로스쿨 재학 중 창업했다.

“학창시절에도 좋은 친구였지만, 입사 후 이 대표가 훨씬 더 멋지고 괜찮은 대표라고 느꼈다. 회사가 직면한 IP 산업 상황과 비전을 설명해주는데 굉장히 명확했다. 입사 제안을 듣고 일주일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합류했다”

스타트업행을 선호하고, 대표의 리더십을 중시하는 취업 시장의 분위기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지난해 11월 잡코리아의 설문조사 결과, 구직자와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스타트업에 취업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특히 경력직 구직자 중 81.1%가 ‘스타트업 기업에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들은 ‘스타트업 대표의 마인드와 리더십’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 역시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 대한 늘어난 관심을 체감한다고 밝혔다. 김민경 디렉터는 “예전에 구글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에 들어갔을 때는 주변의 우려와 걱정이 정말 많았다. 부모님도 믿을 수 없어 하셨다. 이제는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이나 훌륭한 학교에 다니는 후배들에게 먼저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다며 질문과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유능한 PMㆍ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공감 능력”과 “핵심 파악 능력”

▲마크비전 임승현 개발이사(왼쪽)와 김민경 프로덕트 디렉터 (사진제공=마크비전)

구직자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스타트업 업계의 고질적인 인력난과 채용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또 당장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스타트업의 특성상 신입 채용에 대한 수요는 낮다.

임승현 개발이사는 “회사 입장에서는 코로나 이후 근무 형태가 많이 바뀌어 알아서 잘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올해 공격적인 채용을 진행하며, 시니어와 주니어를 균형 있게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개발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문제가 무엇인지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I 기술 발달로 단순한 코드만 짜는 개발자는 대체될 거란 우려도 있지만, 여전히 장래는 밝다.

임승현 이사는 "코딩 이외 개발자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 다양한 요구 사항을 접하고 종합적인 사고를 통해 시스템을 설계하는 영역은 아직 AI가 하기 어려우므로 앞으로도 개발자가 필요한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프로덕트 디렉터는 유능한 PM이 되기 위한 능력으로 ‘공감 능력’을 강조했다. “프로덕트 하나 안에 다양한 직군이 연결된 만큼, 그들의 요청 사항을 듣고 공감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공감하지 못하는 자, PM하기 쉽지 않다.”

UI/UX, 데이터 등 기술 부분에 관한 공부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김민경 디렉터 역시 앰플리튜드 같은 데이터 분석 툴은 물론 SQL(Structured Query Language) 등을 익혔다. SQL은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고 가공하는 컴퓨터 언어다.

“이해가 없으면 PM으로서 여러 직군과 소통할 수 없다. 처음부터 어떻게 다 잘할 수 있겠느냐. 관심을 갖고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