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아야 하는데 못 들어가요”···마트·쇼핑몰 입점 병원ㆍ약국도 울상

입력 2022-01-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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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대형마트·쇼핑몰 등 대규모 상점을 대상으로 방역패스가 시행된 10일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이 QR코드로 접종완료자임을 인증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서나 48시간 내 발급받은 PCR(유전자증폭검사) 음성확인서가 없으면 대형마트나 대형 쇼핑몰에 입장할 수 없어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마트나 쇼핑몰 내에 입점한 병ㆍ의원과 약국을 이용하던 소비자들도 입장 자체가 되지 않아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전날인 10일부터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의무 적용 대상에 면적 3000㎡ 이상의 쇼핑몰, 마트, 백화점, 농수산물유통센터, 서점 등 대규모 상점이 추가됐다.

방역패스가 생활 필수용품 구입처로까지 확대되면서 초기부터 부작용과 비판이 일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광범위한 적용 범위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인구가 많은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에서는 방역패스를 도입했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예외다. 일부 지역의 경우 백화점과 대형마트 안에 있는 내부 식당가에는 방역패스가 적용된다.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서 방역패스를 도입했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이를 적용하는 지역은 없다. 방역패스를 운영하고 있는 독일 역시 백화점, 대형마트는 적용되지 않는다. 프랑스는 2만㎡가 넘는 백화점, 쇼핑센터 등에만 제한적으로 방역패스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마트, 쇼핑몰에도 방역패스가 확대 시행되면서 평소 다니던 병원이 대형마트나 쇼핑몰 안에 위치해 있을 경우 이제 그 병원이나 약국을 못 가게 됐다는 사례도 적지 않다.

11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의 전국 158개 점포에만 병원 65개점과 약국 103개점이 운영 중이고, 롯데마트는 전국 113개 매장에 병원 70개점과 약국 82개점이 영업 중이다. 홈플러스의 경우 전국 135개 점포 중 병원은 총 81개점, 약국은 106개점이 입점돼 있다. 스타필드 역시 전국 7개점에 들어와 있는 병원과 약국이 각각 7개씩이다.

이들 중 상당 수는 만성질환자들이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약을 수령해야 하는데 백신 미접종자들은 이용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다른 병원으로 가게 될 경우 처음부터 다시 검진을 받아야 하고 복용하던 약이 없는 경우도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일부 병의원의 경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곳도 있는데 미접종자들은 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불가능해진 사례도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방역패스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정부에 병ㆍ의원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담긴 내용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방역패스 인증을 해야 하지만, 손님을 상대하는 직원들은 방역패스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인력을 급하게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업무이다 보니 꺼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또 일부에서 방역패스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는데 만약 갑자기 중단될 경우 뽑아놓은 인력은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일반 시민 1023명은 지난 달 31일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식당·카페 등 17종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를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현재 인용 여부를 고심 중이다.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질 경우 본안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마트와 식당 등에 대한 방역패스는 잠정 중단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방역패스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방역패스를 중단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가 불가피하다“면서 ”이는 국민 모두와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방역패스보다 더 큰 피해와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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