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참된 목민관(牧民官)을 기다리며, 영화 ‘자산어보’

입력 2022-0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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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김훈의 소설 ‘흑산’은 조선이 기울어지고 천주교에 대한 탄압이 절정에 이르렀던 신유년(1801년) 시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주여 주여 부를 때 노비들은 부를 수 있는 제 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눈물겨웠다.” 그 시대 피지배층의 삶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구절이다. 백성들이 기댈 데라고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가르치는 천주님 말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정약전 삼형제는 양반임에도 불구하고 ‘천주쟁이’였다. 성리학이 학문의 뿌리였지만 새로운 사상을 접하고 수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정약종은 하늘을 보고 죽겠다고 하여 누워 참수를 당했고, 정약전과 정약용은 각각 강진과 흑산으로 유배를 떠난다.

영화 ‘자산어보’에서 정약전 역을 맡은 설경구는 사극 연기가 처음이었지만, 작년 영화평론가협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시대극을 가거댁 역의 명품배우 이정은이 한층 가볍게 만들었다.

“이 양반은 대역 죄인이니 너무 잘해줄 생각들 말어.” 순조 1년, 세상의 끝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이 마을에 도착하자 흑산도를 관할하는 관리는 마을사람들에게 이렇게 다짐을 받는다. 이곳에서 호기심 많은 정약전은 바다 생물에 매료되어 책을 쓰기로 마음먹고 창대라는 청년의 도움으로 책을 조금씩 완성해 간다.

영화는 ‘자산어보’의 서문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 ‘창대’에 가상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점차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되지만 창대의 꿈은 쇠락한 정약전의 곁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가 출세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책에서 보던 ‘관리의 참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세상을 보게 되고, 결국은 관직을 버리고 흑산으로 돌아온다.

창대는 ‘자산어보’보다는 ‘목민심서’의 삶에 천착하는 태도를 보여주면서 약전과의 갈등이 깊어진다. 그러나 사실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펴낸 이유나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쓴 까닭 모두 백성들의 삶을 곤궁하게 만든 조선의 모순을 지적하여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결국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올해는 큰 선거의 해다. 참된 목민관이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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