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 외부감사 ‘허점’ 노렸다…‘내부 통제 미비’ 고의성 있었나?

입력 2022-01-06 14:13수정 2022-01-0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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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억 원에 달하는 횡령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의 본사 (연합뉴스)

오스템임플란트에서 1880억 원 규모 횡령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이모 팀장이 외부감사 시스템상 허점을 노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독 외부감사에서 체크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을 두고 고의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팀장은 전날 밤 파주에 있는 자가 건물 내 다른 호실에서 압수수색을 집행하던 경찰에 체포됐다. 이 팀장은 횡령한 자금으로 지난해 10월 1일 동진쎄미켐 주식 142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가 지난달 중순쯤 112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지난달에는 주식을 판 돈으로 금괴 68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번 횡령 사건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내부 통제 미비’에 의한 사건이란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내부통제가 미비했던 것에 대한 고의성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 팀장이 체포되는 과정에서 가족들이 '윗선의 지시로 횡령을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의구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분기 감사에서 횡령 행각이 적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의성에 대한 의심이 커진다. 이 팀장은 지난해 10월 1일 동진쎄미켐 주식 1420억 원을 매수했다. 횡령 행각은 이보다 앞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팀장은 대담하게 ‘자기 명의’로 해당 주식을 매수했다. 3분기 외부감사에서 이를 적발하지 못한 것이다.

복수의 상장사ㆍ회계업계 전문가들은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횡령 행각을 숨기려고 한다면 외부감사에서 이를 찾기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다만 외부 감사와 별도로 내부 통제 시스템에서 이를 적발하지 못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이는 오스템임플란트의 특이한 사업구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국내외 대리점과 치과를 대상으로 3000여 종의 제품을 판매한다. 일반 제조업과 달리 매출과 매입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자금 흐름을 일일이 체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번 횡령의 핵심은 ‘은행 조회서’다. 이는 은행에 정말 해당 자금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로 1년에 연말 감사 때만 이뤄진다. 분기 감사에서는 이 팀장처럼 잔액 조회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상장사 회계 업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분기 감사의 경우 숫자만 잘 맞춰 놓으면 넘어갈 수 있다”며 “(이 팀장이) 자금관리를 맡아서 했고 은행 잔액 증명서를 위조했다면 외부감사에서 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팀장은 연말 마감을 앞둔 지난 12월 중순 116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감수하고 보유하고 있던 동진쎄미켐 주식을 내다팔았다. 연말 감사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회계업무에 정통한 관계자는 “내부 통제가 전혀 안 되는 회사라면 분기 감사에서 방법이 없다”며 “좀 더 깐깐하게 본다면 내부 통제 여부와 관계없이 횡령 행각을 알아챌 수도 있다. 다만 이는 회사에 1년에 한 번인 정기 감사를 분기마다 한 번씩, 총 4번을 받으라는 이야기다. 이 사건이 벌어지고 (회계법인) 내부적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시장 관계자는 횡령 과정에서 대표나 CFO(재무관리 책임자) 등이 이를 인지했어야 정상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회사 계좌에서 돈을 빼 여러 개의 자기 명의 계좌로 옮겼다. 기업 계좌에서 20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이 개인 계좌로 이체됐는데 회사 측에 통보가 가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돈을 빼는 과정에서 여러개의 계좌가 이용됐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많아야 10개 정도였을텐데 그래도 개당 20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라며 “일반적으로 돈을 뺼 때마다 OTP 등을 통해 대표나 CFO에게 일일이 알림이 갔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템임플란트 측에 따르면 재무 관리 담당 직원은 5명이다. 이들이 자금 흐름에 대해 매일 체크한다. 최소 횡령 기간인 3개월가량 ‘매일’ 횡령을 발견하지 못한 셈이다.

오스템임플란트도 단독범행이란 부분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팀장의 ‘단독 범행’이라고 발표했다가 수정 요청을 통해 ‘단독 범행’을 ‘범행’으로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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