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원호의 세계경제] 경제안보 이슈 더 거세질 2022년

입력 2021-12-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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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대중 견제는 더욱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에만 슈퍼컴퓨팅, 반도체, 인공지능(AI), 감시카메라, 정보통신기술(ICT), 양자컴퓨팅, 바이오 관련 중국 기업들에 대한 수출통제 리스트 등재가 다섯차례 있었고, 중국계 통신회사들은 미국 시장에서 퇴출되었으며, 미국 주식시장에서 중국계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도 강화되었다.

내년 중국은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뿐만 아니라, 가을에는 시진핑 3연임이 예상되는 제20차 당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내년에는 보다 안정적인 국내 관리 및 국제 관계 유지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미중 간 일시적 화해무드가 형성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11월 미국에서도 중간선거가 열린다. 현재 미국 내 유례 없는 초당적 반중정서를 고려한다면,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내년에 주목해야 할 이슈는 ①인권문제 ②아웃바운드 투자 ③간주수출 ④공급망 재편이다.

미국은 과거 적극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던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문제에 대해 최근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원과 하원에서 통과된 ‘위구르족 강제노동 방지법(Uyghur Forced Labor Prevention Act)’에 바이든 대통령은 12월 23일 서명했다. 이 법안은 신장에서 오는 모든 제품이 강제노동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가정하고 신장산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올해 초 미 국무부는 중국 정부의 위구르인들에 대한 잔학행위를 휴머니티에 대한 범죄로 규정한 바 있다. 미국은 앞으로도 중국이 취약한 인권문제를 공급망 및 첨단기술의 탈동조화 사유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며, 신장산 제품을 다루는 우리 기업들도 미국의 공급망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

둘째, 미국의 중국 기업에 대한 아웃바운드 투자를 제약하는 조치도 강화될 전망이다. 올해 6월 3일 미국은 재무부 주도로 중국의 군산복합체 기업(NS-CMIC) 리스트에 59개 중국 기업을 등재하고 이들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했다. 내년 6월 2일까지 보유지분도 모두 청산해야 하는 가운데 이번 달에는 8개 기업이 신규로 추가되었다. 근본적으로 미국의 자금으로 미국에 위협이 될 기업을 키우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를 고려한다면, 내년에도 중국의 첨단기술 기업들이 군 관련성을 이유로 투자 제재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해외주식 투자를 하는 우리 정부기금, 기업, 개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셋째, 간주수출(deemed export) 관리도 강화될 것이다. 간주수출이란 간단히 말해서 ‘수출로 간주되는 행위’를 가리키며, 대표적인 예가 국내에서 이전된 기술이 해외에서 활용되는 경우다. 간주수출에 대한 관리 강화는 유학생 및 공동 연구를 통한 기술 유출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이미 국가 핵심기술 선정과 수출관리 절차를 완비한 주요국들은 간주수출에 대한 통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2020년 6월 미국은 중국의 인민해방군 관련 유학생 및 연구자에 대한 비자 관리 강화를 시작했고 작년에만 2000명 넘는 연구자를 중국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유럽연합(EU)도 올해 3월 수출통제법을 개정하고 일시적으로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한 기술지원 통제범위를 확대했다. 일본은 2022년부터 유학생의 특정 기술에 대한 접근 및 연구자들의 해외 연구자금 출처에 대해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정보(intelligence)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짐에 따라 정부의 역할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급망 재편과 관련하여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도 주목해야 한다. 10월 27일 바이든 대통령이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서 처음 언급한 이후, 11월 러몬도 상무장관과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싱가포르, 일본, 한국, 인도 등을 방문하며 여러 가지 단서를 남겼다. 핵심은 미국과 동맹국 간 공급망 협력이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같은 다자체제를 만들기보다 기존의 동맹 및 양자관계를 강화함과 동시에 그것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전략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이 주장하는 ‘자유주의 질서(liberal order)’는 예전과 그 의미가 다르다. 모두를 아우르는 자유주의 질서가 아닌, 마음이 맞는 국가들만 함께하는 블록화된 질서를 의미한다. 러몬도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언급한 “firendshoring”이라는 단어는 미국의 이러한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세계경제 패러다임 및 글로벌 질서가 급변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기존의 틀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틀에서 2022년과 그 이후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미중 경쟁의 가장 큰 교훈은 기존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모든 수단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일지 모른다. 문제의 본질은 기술·산업 경쟁이며, 우리는 누구와 함께 어떻게 우리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할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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