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놀이터] 오미크론, 너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입력 2021-12-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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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영 과학 칼럼니스트

전 세계가 오미크론(B.1.1.529)의 확산으로 난리도 아니다. 지난 11월 말 ‘남아공에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종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소식이 처음 보도됐다. 그리고 그로부터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봉쇄 카드를 꺼내 든 국가가 있을 정도로 세계 각국에서 오미크론 감염자가 폭증 중이다. 코로나 대유행 시작 이후 영국발 알파변이(B.1.1.7)부터 인도발 델타변이(B.1.617.2)까지 코로나 변이로 인한 위기 상황은 여러 번 있었다.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이 처음도 아니고, 오미크론은 감염 증상도 가볍다고 하니 어쩌면 이토록 수선을 떨 일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변이의 확산이 무겁고 어느 때보다 짜증스럽게 느껴지는 건 추가접종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다. 두 차례에 걸친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이 많지 않았을 때에는 변종 출현으로 인한 피해가 어쩔 수 없는(?) 일로, 그리고 접종률이 높아지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여겨졌다. 그리고 지금은 접종을 완료한 비율이 대상자의 80%를 넘는 국가들도 많다. 백신을 두 번이나 맞았으니 이제 코로나 걱정은 덜 해도 되겠지 싶었는데 오미크론의 등장과 함께 돌파감염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면서 백신 효능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변이에 맞서 가장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는 방법은 또 한 번의 접종이라고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현재 나와 있는 백신에 또 한 번 의지하는 것 말고는 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변이는 바이러스의 생존 전략이다. 항상 같은 모습으로 우리 몸 안에 들어오는 건 면역세포에게 ‘내가 침입자다’라는 목간판을 걸고 다가가는 것과 같다. 그러니 살아남으려면 면역세포가 공격할 수 있는 틈을 주지 않도록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변이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즉, 강한 전염성을 갖거나 면역체계를 돌파하는 형태로 일어난다. 바이러스의 전염성은 숙주세포 내에서 자기복제 능력, 그리고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갈 수 있는 능력을 반영한다. 쉽게 말해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는 숙주인 사람 몸 안에 순식간에 퍼지고, 가벼운 기침만으로도 다른 사람으로의 이동이 가능하다. 후자는 바이러스가 항체나 면역체계 관련 세포들을 얼마나 교묘히 잘 피해갈 수 있는가를 말해준다. 말하자면 항체가 만들어져 있어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오미크론은 강한 전염력에 면역세포를 우회하는 능력까지 갖춘 돌연변이라고 한다. 오미크론이 정말 빠르게 퍼지는 변종인지는 실질감염재생산수(Effective reproduction number; R_t)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한 명의 감염자가 다른 몇 명에게 2차 감염을 발생시키는지 알려주는 수치로, 예를 들어 R_5는 한 명의 감염자가 다른 다섯 명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t값은 바이러스 전파에 영향을 주는 날씨나 방역과 같은 공중보건 조치 등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때문에 나라마다 이 변수 값이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오미크론의 R_t는 어느 정도인가? 지난 10일 영국보건청의 발표에 따르면 이 값이 3.7에 이른다고 한다.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수치다. 또한 16일 홍콩의 영문일간지 더스탠더드에 발표된 홍콩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가 하기도(인후, 기관, 기관지, 허파를 포함하는 호흡기)에서 델타 변이와 기존 코로나(SARS-CoV-2) 바이러스보다 70배 이상 증식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이 변종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오미크론이 인간의 면역 반응을 피한다는 것 역시 여러 데이터를 통해 확인된다. 그중 하나가 돌파감염이다. 이 사례들은 우리나라 언론을 통해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되고 있다. 오미크론의 물결이 어찌어찌 지나간다 해도 백신과 자연 감염으로 형성된 항체를 피할 수 있는 변이 바이러스가 또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또 한 번의 부스터샷에 기대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다고 하면 우리 모두 코로나보다는 마음에 쌓인 화와 우울 때문에 병을 앓게 될지도 모른다.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새로운 백신의 개발은 그중 하나다. 기존 코로나19 백신은 주로 바이러스에 달라붙어 인체감염을 막는 항체를 생성한다. 즉, 바이러스 표면에서 발견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일부를 사용해 면역체계가 항체를 생성하도록 자극한다. 하지만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있는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가 들어오면 항체나 또다른 인체면역무기들이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이를 보완해 변이도 잡고 효과도 오래가는 백신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한다. 곧 크리스마스다. 산타가 찾아오지는 못하겠지만 내년에는 마스크 없이 친구들을 맘껏 만날 수 있다는 영상편지라도 남겨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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