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장관-이성태 총재 "법 개정 공감하지만 충분한 검토 필요" 합의
여야 정치권이 금융위기 속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추진하는 한은법 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내 처리가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
13일 기획재정부와 한은에 따르면 한은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 양 기관이 공감했으나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연구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13일 한국은행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은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좀더 시간을 두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성태 총재도 양 기관이 최근 논의가 되고 있는 한은법 개정에 대해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충분한 검토를 거쳐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회에서 한은법 개정 논의가 있으나 체계적인 개정이 이루어 지려면 어차피 정부와 한은이 긴밀하게 협의해 진행해야 한다"면서 "(법개정을)단기간에 졸속적으로 처리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난 1997년 한은법 개정 추진 당시 윤증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실장과 이성태 한은 기획부장은 양 기관의 실무자로서 의견이 충돌하며 대립해야 했던 '아픈 과거'도 있었지만 이날 회담에서는 전향된 자세로 시종일관 임하며 법 개정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후문이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지난 1998년 한은법 개정 이후 11년만에 처음으로 경제부처 장관으로 한은을 방문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특히 신임 윤 장관의 경우 전임인 강만수 장관이 한은법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한은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해 온 가운데 이날 양 기관 수장간에 회담이 개최된 것이다.
따라서 재정부와 한은은 이날 회담 결과에서 나타나듯 일단 한은법 개정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보다 앞으로 양 기관이 중심이 된 한은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양 기관의 입장은 2월 임시국회내 개정 처리를 추진중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마찰을 빚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재위 소속 위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금융위기 속에 한국은행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공감대를 형성해 왔으며 한은법과 관련해 세부적인 차이는 있었지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역할 강화와 관련한 입법을 발의해 왔다.
기재위 여야 간사를 맞고 있는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과 민주당 이광재 의원도 그간 공식적으로 "한은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특히 지난 11일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지난 11일 한은에게 금융기관에 대한 조사권을 부여하고 이를 금융위에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재정부와 한은 수장간 회담에서 한은법 개정에 체계적이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함에 따라 2월 임시국회내 처리는 물건너 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