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실적 전망 '맑음'…기우로 돌아간 '반도체 겨울'

입력 2021-12-23 15:07수정 2021-12-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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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 기미 곳곳서 관측
"기후 온난화 맞은 '영상' 기온의 겨울"
삼성, SK하이닉스 4분기 반도체 실적도 기대
서버, PC 등 주요 세트 수요처 회복속도 빨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겨울’이 싱겁게 지나갔다. 다운사이클에 접어들었던 업황이 빠르게 저점을 찍으며 가격 반등 예측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4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견조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관측되면서 반도체 사업의 ‘이른 봄’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3일 업계와 증권사 컨센서스 등을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4분기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은 9조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 분기(10조600억 원)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 수치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4조2000억 원대로, 오히려 전 분기(4조1718억 원) 실적을 웃돌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양사는 전 분기 D램 가격 상승세로 기록적인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만 해도 반도체 부문에서 작년과 비교해 5조 원 많은 영업이익을 거뒀고, SK하이닉스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두 기업의 이번 분기 실적 전망치는 '메모리 다운사이클'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는 D램 가격 하락 폭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고, 서버와 PC 등 주요 수요처에서도 높은 수준의 주문이 한동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때 높은 재고 보유량으로 수요 감소 우려가 불거졌던 아마존, MS, 메타 등 서버 고객사에서 다시 주문을 늘리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종식 지연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에 대처하는 것은 물론,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선제 투자 측면이다.

모바일과 PC 수요도 일정 선을 유지하고 있다. 모바일 D램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인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을 보면, 9월(2080만 대) 저점을 기록한 뒤 10월 3270만 대, 11월 3480만 대까지 올랐다. 전 세계 노트북 생산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대만 노트북 ODM(제조사개발생산) 회사들의 4분기 출하량 507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해서도 2%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마이크론)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풍향계 역할을 한 마이크론도 실적 발표를 통해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었다. 애초 한 자릿수 후반 마이너스 성장이 점쳐지던 내년 연간 PC(데스크탑, 노트북, 태블릿 합산) 수요 증가율 전망치를 전년 대비 '보합'(flat)이라고 예측했다. "내년 메모리 출하량 증가로 역대 최고급 실적을 예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D램 업황은 겨울이지만 영상의 기온에 가깝고, 마이크론의 발표를 통해 '춥지 않은 겨울'이 재확인됐다"라고 분석했다.

업황 훈풍 기미는 지난달 중순부터 관측됐다. 3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지며 반년 만에 30% 넘게 하락한 D램 현물가(DDR4 8Gb 기준)가 크지 않은 폭이나마 반등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물 가격이 통상 시장 분위기를 3~4개월가량 먼저 반영하기 때문에, 고정거래가격 하락 추세도 내년 1분기면 마무리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기 반도체 겨울론을 앞장서 외친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두 번에 걸쳐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달 18일 “(메모리 반도체) 4분기 가격은 예상보다는 ‘덜 나쁜’(less bad) 편”이라고 한 데 이어, 이달 초 보고서에서는 “겨울이 지구온난화를 만났다”라며 넉 달 전과는 상반된 시각을 내놨다.

D램 가격 하락 현상을 수익성 개선으로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것도 메모리 반도체 기업엔 유리한 지점이다. 인텔ㆍAMD 등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DDR5 D램을 처음 지원하는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DDR5 제품은 기존 DDR4 제품보다 가격이 20~30%가량 높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D램 업체는 DDR5로의 전환 준비를 일찍이 마쳤고, 적합성 점검 등의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실적 반등을 위한 구체적인 증거는 수요처들의 대량 주문에서 확인된다"라며 "내년 1분기 D램 가격 하락 이후 서버용 주문량이 증가할 것이고, 2분기 가격 반등이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한편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D램 시장점유율은 43.9%를 기록하며 시장 1위 자리를 지켰다. SK하이닉스는 27.6%로 2위를 차지했다. 양사의 점유율 합계는 지난해 같은 기간 69.7%에서 0.6%포인트 상승하면서 70%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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