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하는 직장인 위장질환 조심

입력 2009-02-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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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모(33)씨는 평소 술을 즐겨하지 않는 편이지만 때때로 과식을 하는 등 불규칙한 식생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식사를 마친 후에도 속쓰림 증상과 소화불량 증상이 2주일 넘게 지속되고 이로 인한 심한 복통으로 인해 여러 차례 잠에서 깨기가 일쑤였다.

박씨는 3년 전에도 위염병력이 있었던 터라 ‘이번에도 스트레스로 인한 위염이겠지’하는 생각으로 약국에서 위염약을 사서 1주일간 복용했다. 통증은 거의 사라졌고 박씨는 다시 예전처럼 편안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2개월도 채 안돼 똑같은 증상이 생겼고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위내시경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는 뜻밖에도 헬리코박터파이로리에 의한 만성위염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상당수는 가볍든 심하든 소화기 이상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해 한 온라인 취업포털이 남녀직장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의 63%는 직장생활로 인한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그 중 30.4%가 위궤양, 속쓰림, 변비, 설사 등의 ‘소화기 장애’를 겪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와 위장질환

메디플러스 내과 손현배원장은 “기능성 소화불량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불규칙한 식사 습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의 감염, 위와 십이지장 운동의 이상, 내장의 과민반응 등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하고 “특히 직장인들의 경우 과식, 잦은 음주와 흡연, 카페인과 탄산음료 섭취, 무리한 다이어트, 업무 스트레스 등의 정신적 요인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박모씨의 사례처럼 위염은 크게 아스피린, 소염진통제, 술, 스트레스 등 외부자극에 의한 급성위염과 주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하 헬리코박터)에 의한 만성위염으로 나눠진다.

급성위염의 경우 외부자극의 위험인자를 피하고 2주에서 4주간 약물치료를 하면 쉽게 치료되지만, 헬리코박터에 의한 만성위염의 경우에는 치료가 조금 까다로운 편이다.

헬리코박터는 항생제 2~3개를 써도 제균이 어렵기 때문에 위산분비 억제제와 항생제 2가지 등 3가지 약을 함께 사용하는 이른바 ‘삼제요법’이란 치료법이 동원된다.

초기 치료일 경우 통상 일주일 정도 걸리지만 치료 후 1~2개월안에 위내시경 재검사등을 통해 ·제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제균에 실패했다면 항생제 한 가지를 더 추가하는 ‘사제요법’으로 넘어가게 된다.

1983년 호주의 마샬이라는 의사가 우연히 발견한 헬리코박터 균은 현재 위ㆍ십이지장 궤양 발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위암발생의 주요인자라는 여러 연구논문들이 발표된 바 있다. 전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가 이 균에 감염돼 있으며, 국내 감염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70% 안팎이다.

이같은 원인은 술잔을 돌리는 습관을 비롯해 여러 명이 수저를 이용하여 한 그릇의 음식을 먹는 경우 등 주로 우리나라의 잘못된 식습관이 주된 요인으로 손꼽이고 있다.

헬리코박터는 주로 대변이나 타액, 구토물 등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기 때문이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감염되어 있으면 꼭 치료를 받아야 하나?

헬리코박터에 감염되어 있으면서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이 있는 경우나 위림프종 환자들은 꼭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위암수술을 받은 경우나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세균치료를 권유하고 있다.

특히, 궤양환자에서 헬리코박터에 대한 치료를 하지 않고 단순히 제산제 등의 위장약만 복용하면 헬리코박터는 그대로 남아 궤양이 치료되어도 자주 재발하게 된다.

◆치료상의 문제점

헬리코박터 치료약은 현재로서는 위내시경검사에서 확인된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환자에 한하여 보험처리가 되고 있다.

최근 학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은 치료를 한다고 해서 100% 완치되는 것은 아니며 약 65∼95% 정도 박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치료과정에서 사용한 항생제가 체내 방어막 역할을 하는 유산균을 전부 죽이기 때문에 저항력이 약해진다는 사실이다.

또한 항생제와 더불어 처방되는 위산억제제의 경우에는 궤양환자의 통증감소에 상당한 약효를 보이지만 위로 들어오는 박테리아나 곰팡이 등의 살균 기능을 하는 위산의 분비자체를 억제하기 때문에 이러한 균들이 급속히 번식해 소화기뿐 아니라 간기능에도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건강한 생활습관과 정기검사 중요

손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건전한 식습관, 생활습관 등으로 헬리코박터에 감염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우리나라는 위암발병율이 높고, 위암은 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증상이 없더라도 40세 이상인 경우에는 1-2년에 1회 정도 위내시경이나 상부위장관 조영술 검사를 하는 것이 좋으며, 위암의 가족력이 있거나 고위험군인 경우에는 1년에 1회 검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설명: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의한 위궤양, 메디플러스내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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