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홈파티하기도 겁나네” 심상찮은 연말연시 물가

입력 2021-12-2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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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돼지고기 판매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외식도 어려워진 연말연시. A 씨는 가족들과 홈파티를 계획했다. 장을 보기 위해 동네 마트에 들어선 A 씨는 깜짝 놀랐다. 삼겹살 1근, 달걀 1판, 사과 1봉지, 우유 1팩 등 간단한 식재료와 음료수만 조금 샀는데도 영수증에 찍힌 금액이 4만 원을 훌쩍 넘었다.

밥상물가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과 OECD에 따르면 밥상물가로 불리는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5.0% 올랐다. 이는 OECD 국가 중 터키(27.6%), 콜롬비아(11.2%), 호주(10.6%), 멕시코(8.0%)의 뒤를 이어 5위에 해당하는 상승률이다.

한국의 전년 동기 대비 3분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6%로 2012년 1분기 이후 9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개별 품목 가격 상승 추이를 보면 물가 상승이 더욱 실감 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1일 기준 달걀 특란 한 판의 평균 소비자 가격은 6397원으로 1년 전(5612원)보다 13.9% 올랐다. 국산 냉장 삼겹살 100g은 2774원으로 전년(2168원)보다 27.9%, 한우 등심 100g 가격은 1만3932원으로 1년 전(1만1944원)보다 16.6% 올랐다.

이러한 급격한 식료품 상승의 원인으로는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와 지난해 연말까지 이어진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발생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유행으로 달걀 가격이 크게 오르며 달걀 대란을 일으켰던 조류 인플루엔자는 최근 다시 유행 양상을 보여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강원 정선과 영월에서 아프리카 돼지 열병에 걸린 멧돼지들이 잇달아 발견돼 각 지자체는 돼지 열병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감염 확산과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 강화로 가정에서 외식을 줄이는 경향이 커지면서 식료품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 식료품도 만만치 않다. 21일 기준으로 수입 냉동 삼겹살은 100g당 1344원이다. 전년(1189원)에 비해 약 13% 올랐다. 미국산 소갈비도 100g당 2942원으로 작년(2472원)보다 19%가량 올랐다.

올해 범세계적 물류난 등으로 공급망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 수입 식료품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뉴시스) 2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bhc 매장 모습.
배달이나 외식도 쉽지 않다. 치킨 업계 1, 2위인 교촌과 BHC는 최근 주요 메뉴 가격을 각각 500~2000원, 1000~2000원 인상했다. 이에 주요 치킨 가격은 처음으로 2만 원을 넘기게 됐다. 피자 가격도 상승했다. 중저가 피자 업체 피자스쿨은 지난 11월 3년 만에 대표 메뉴 가격들을 1000원씩 올리면서 콤비네이션 피자와 포테이토 피자가 9000원이 됐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와 노브랜드버거도 이번 달부터 제품 판매가를 각각 평균 4.1%와 2.8% 인상한다.

설상가상 가공식품 업체들도 가격 상승을 단행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7일부터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등 주요 음료 브랜드 26개 가격을 평균 6.8% 올렸다. 지난 2월 일부 음료 판매가격을 평균 4.7%로 인상한 것에 이어 올해만 2번째다. 한국코카콜라도 내년부터 코카콜라를 비롯한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5.7% 인상할 예정이다. 사 측은 물류비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인상 요인으로 들었다.

▲(뉴시스) 1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코카콜라가 진열돼 있다.
이외에도 올해 8월 농심과 오뚜기가 각각 6.8%, 11.9% 라면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10월에는 서울우유, 남양유업, 빙그레 등이 우유 가격을 5~6% 올렸다. 커피 원두 가격이 1년 사이 2배 가까이 올라 내년부터는 프랜차이즈 커피 가격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식료품 가격 인상을 포함해 오미크론 변이 확산, 공급망 병목 현상 등으로 인해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길 것이라는 암울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을 내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치솟은 물가에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3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공급망 차질,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오미크론 바이러스 등 물가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장바구니 물가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과 정책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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