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연비 기준 역대 최고 수준 강화…“2026년까지 리터당 23.4km 달성해야”

입력 2021-12-2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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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기후변화 대책 중 가장 강도높은 조치
업계, 신차 5분의 1 전기차·하이브리드로 채워야
“전기차로의 전환 진행 중이어서 충격 크지 않을 수도”

▲마이클 리건 미국 환경보호청(EPA) 청장이 20일(현지시간) EPA 본부에서 연방 온실가스 배출기준 규정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미국이 자동차 연비 기준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강화한다.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제조·공급시설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23년형 차종부터 연비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2026년까지 1갤런당 평균 55마일(약 88.51km)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1리터당 약 23.4km 수준이다.

현재 자동차 연비는 평균 갤런당 38마일, 리터당 16km 수준이다. EPA는 새 연비 기준을 적용하면 2050년까지 미국 운전자들의 연료비가 2100억~4200억 달러(약250조~500조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추산했다. 연비 기준 강화로 인한 차량 가격 상승분을 고려하더라도 운전자 1명당 1000달러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마이클 리건 EPA 청장은 “인류, 지구에 해를 끼치고 있는 공해를 줄이고, 각 가정도 돈을 절약할 수 있도록 강력한 기준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대한 진전’이라고 강조하면서 “전기차 시대, 탄소 배출 제로 시대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조치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나온 기후변화 대책 중 가장 강도 높은 조치라고 평가했다. 지난 8월 공개했던 초안보다 기준을 더 강화해서다. 바이든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정부는 2012년 연비 기준을 2025년까지 갤런당 51마일로 강화한다고 밝혔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해 이를 2026년까지 갤런당 44마일로 약화시켰다.

환경단체들은 환호했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은 연방정부의 세제 및 보조금 지원 등이 없으면 높아진 연비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며 우려했다. 바뀐 기준을 충족하려면 2026년 미국 신차 판매의 5분의 1을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업계 로비단체인 자동차혁신연합(AAI)의 존 보젤라 회장은 성명에서 “EPA가 내놓은 배기가스 배출 규정이 기존보다 훨씬 높아졌다”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인센티브를 포함해 제조, 공급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동차 업계의 요구에 대해 리건 청장은 “이번 정책 시행 후 예상효과를 기관에서 분석한 결과 더 많은 보조금이 없어도 산업에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WSJ는 “대다수 자동차업체가 전기차로 전환을 진행하고 있어서 이번 연비 기준 강화가 업계에 미치는 충격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포드는 2030년까지 전체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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