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유세 동결, 땜질말고 세금제도 근본 개편해야

입력 2021-12-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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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국민의 과도한 세부담 완화를 위해 내년 주택 보유세 산정에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상한선 조정도 검토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0일 공시가격 제도개선 당정협의를 갖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사실상 내년 보유세의 동결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 후보는 “내년 재산세와 건강보험료 등이 올해 수준을 유지하도록 공시가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 달라”고 주문했었다. 여당은 1가구 1주택 고령자의 종합부동산세 한시 납부유예와, 과세기준인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장기거주 공제 확대 등도 추진한다. 내년 3월 아파트 공시가격을 가늠할 수 있는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곧 발표된다. 집값 폭등으로 공시가가 크게 오르고 보유세가 급증하면서 내년 대통령선거에서의 민심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되자 다급하게 마련한 대책이다.

급격히 늘고 있는 보유세 부담의 완화는 바람직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책을 손바닥 뒤집 듯한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외면한 채 내년에만 ‘세금폭탄’을 피하겠다는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땜질이다. 당정은 일시적으로 보유세를 동결한다 해도 공시가격 현실화는 계획대로 진행키로 했다. 정부는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올해 시세의 70% 수준인 공동주택 공시가를 2030년까지 9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공시가 급등으로 재산세와 종부세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시가의 과속 인상에 따른 부작용과 문제점은 그동안 수도 없이 제기됐고 세금폭탄 논란을 불러왔다. 공시가 인상에 집값 상승이 겹친 결과가 세금폭탄이다. 지나친 보유세가 부과되면서 집 한 채 가진 중산층, 별 소득 없는 은퇴생활자들이 가계의 타격을 호소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들은 척도 않고 불로소득 환수를 내세워 세금 중과를 밀어붙여 왔다. 공시가는 건보료 책정, 기초연금 등 복지수급, 각종 부담금 산정의 기준으로, 적용되는 행정목적만 60개가 넘는다. 민생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정책의 실패로 집값은 못 잡고 세금부담만 커졌다. 민심이 돌아서자 이제 와서 선심 쓰듯 내년 보유세 동결을 말한다. 대선용 포퓰리즘에 다름이 없다. 일관성과 원칙 잃은 정부 정책도 신뢰성을 가질 수 없다.

공시가격의 현실화가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해도 급격한 세금증가는 민생의 고통만 키울 뿐이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공시가가 2019년 14.0%, 2020년 14.7%, 올해 19.9%나 올랐다. 비정상적이고 수용되기 어려운 정책이다. 공시가 인상과 보유세 부담 증대의 문제를 이런 식으로 땜질 보완할 일이 아니다. 공시가 현실화와 보유세제의 근본적인 재검토와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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