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일금고,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정식 입점
가정용금고가 백화점에 정식으로 입점했다. 칙칙한 색상과 큼직한 다이얼이 연상되던 과거 금고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정용 금고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일주일 간 전시판매 행사로 선보였던 '선일금고'의 가정용 금고 브랜드 '루셀'이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입점했다. 가정용 금고가 백화점 입점 브랜드 자격으로 판매되는 것은 현대백화점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일주일만에 40여대의 매출고를 올린 이후에도 고객문의가 계속 이어져 압구정본점에서는 해당업체에 약 100여명의 고객을 소개시켰다.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백두현 MD관리 담당은 "백화점에는 1000여개가 넘는 브랜드가 입점해있지만 가정용 금고가 정상 입점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며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려는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고려했다. 정식입점한지 일주일도 안됐지만 하루에 6명꼴로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고의 인기는 국내뿐만 아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금융불안 때문에 이미 미국 에서는 대표적인 불황상품으로 불티나게 팔린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단기 행사이후 끊임없이 이어진 고객들의 문의와 반응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뉘었다.
알음알음 돈불리기의 수단으로 활용되던 친목계가 중단되거나 끊어지는 현상과 증시불안,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마땅히 목돈을 넣을때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것.
또 다른 부류는 불황에 마땅히 보관하고 저축할 돈은 없지만 일기장, 통장, 집문서, 결혼반지 등 지극히 개인사와 관련된 물건이라도 소중히 보관하고 싶어진다는 고객층이 이 가정용 금고의 주요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인공은 국내 금고제조 업체인 선일금고가 인테리어 기능을 높혀 출시한 '루셀(LUCELL)'로 일반 모델은 132만원,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탈 장식이 촘촘히 박힌 고급형은 231만원으로 왠만한 명품 핸드백 가격에 달하는 고가(高價 )상품이다.
특히 제조업체인 선일금고가 금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고, 수납용 인테리어 가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 컨셉트를 '인생의 보석상자', '인테리어 가구'로 정한 것도 고객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영향으로 금고 구매층은 40-50대 이상 뿐 아니라 20-30대의 젊은 기혼층도 약 30%에 달한다.
현대백화점 김정태 가정용품 바이어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자산보관에 대한 불안심리가있는 것 같다. 금고의 등장은 귀중한것, 중요한 것을 집에서 보관하려는 불안심리의 전형"이라며 "거실,안방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 때문에 인감도장, 집문서, 비상금, 돌반지, 일기장, 통장, 배넷저고리, 보험증권, 선물 등 일반 가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물건의 수납용 구매도 많다"고 전했다.
제품은 기존의 다이얼 대신 디지털 잠금 장치를 장착했고 섭씨 1010도에서도 1시간 동안 내부온도를 150℃ 이하로 유지할 수 있고 움직이거나 충격시 120데시벨의 경보음이 작동되는 등 다양한 보안 기능을 갖추고 있다. 크기는 신권 1만원짜리 기준으로 약 2억원까지 보관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