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금융부 기자
해묵은 논의이긴 하지만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꼭 한번 짚고 가야 할 문제다. 이미 반복되는 금융사고에서 금융감독기구가 가지고 있는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기능과 금융산업 감시를 위한 감독 기능 사이의 균형점이 깨졌다는 신호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대규모 사모펀드 상환·환매 연기 사태를 일으킨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발생하기 4년 전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 활성화를 위해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했다. 규제 완화 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는 아직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금융위는 “사모펀드가 움직임이 자유롭기는 하지만 불법을 자행하지는 못하며, 사모펀드와 관련하여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며 “자본시장에 창의력과 자율성을 많이 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산업 육성 정책이 감독 기능을 압도한 결과 조(兆) 단위 손실은 고스란히 금융 소비자들이 떠안았다. 사모펀드 사태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2003년 카드사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역시 금융감독기구의 정책 기능이 감독 기능보다 우위를 점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금융산업 육성과 혁신을 위한 정책이 분명히 필요하지만 견제와 감독 기능도 분명 필수적이다. 금융산업 육성이 건전한 시장질서 확립을 토대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정책 기능에만 몰두해 금융산업을 육성한다면 사상누각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기구의 존재 이유는 금융산업의 발전과 건전성 확보다. 이 두 가지 이유의 균형이 깨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금융감독기구는 “대선때마다 나왔던 논의로, 지금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방어태세 대신 금융사고가 왜 반복되는지, 영국 등 금융선진국들이 우리나라와 같은 금융감독체계에서 벗어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면 다행이다. 남은 소가 있어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 계속 소를 잃고 있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euge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