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요절한 천재들...작품은 영원하다

입력 2021-12-01 16:02수정 2021-12-0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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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1월 28일(현지시각) 사망한 세계적인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

미국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가 지난달 사망한 후 그가 디자인 한 신발의 리셀(재판매)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1980년 태어난 아블로는 2009년 디자인 업계에 발을 들여 2013년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를 창업했다. 오프화이트는 나이키와의 협업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아블로도 주목을 받았다. 아블로는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18년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 남성복 수석 디자이너 자리를 꿰찬 것이다. 흑인 최초였다.

그의 천재성은 패션업계에서만 발휘된 것이 아니었다. 이케아 가구에서 에비앙 물병, 맥도날드 빅맥 포장 용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디자인계 ‘르네상스 맨’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 희소암인 심장 혈관 육종을 진단받고 올해까지 투병생활을 지속하다 28일(현지시각) 4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이른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에 대한 그리움은 그가 만들어낸 작품으로 향했다. 그의 생전 나이키와 협업했던 한정판 신발의 리셀가가 급등한 것이다.

▲(사진제공 = KREAM)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블로가 2017년에 나이키와 함께 출시한 운동화 ‘오프화이트 x 에어조던 레트로 하이 오리지널’은 정가가 190달러(약 20만5000원)였으나 아블로가 숨을 거둔 11월 28일 이후 스탁엑스·이베이 등에서 8000달러(약 942만7000원)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해 출시한 ‘조던1 오프화이트 레트로 하이 시카고 더 텐’은 현재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에서 1100만 원에(사이즈 280 기준) 판매 중이다. 이 신발은 아블로가 사망하기 전날인 11월 27일에는 670만 원(전체 사이즈 평균)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러한 가격 급등은 아블로가 생전 디자인한 제품이 고인의 ‘유작’처럼 여겨지며 재평가받은 결과로 해석된다.

▲(뉴시스) 올해 3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 나와 5082만 달러(약 589억 원)에 낙찰된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 ‘Versus Medici’
사실 이런 현상은 예술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1988년 27세의 나이로 사망한 미국 낙서 예술가 장 미셸 바스키아도 최근 생전 작품이 경매에 걸리며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지난 3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 나온 ‘Warrior(전사)’는 3억2360만 홍콩달러(약 472억 원)에 낙찰돼 아시아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5월에는 그의 초기작 ‘Versus Medici’가 영국 소더비 경매에 나와 5082만 달러(약 589억 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1990년 3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그래피티 아티스트 키스 해링도 마찬가지다. 미술품 경매 플랫폼 K옥션이 지난해 7월 경매에 나온 키스 해링의 작품 ‘Growing #5’와 ‘Growing #3’는 각각 2900만 원과 3000만 원에 낙찰됐다.

▲(뉴시스) 손상기 화백(1949~1988)의 생전 모습

국내 예술가 중에서도 이중섭을 비롯해 손상기, 구본웅 등 요절한 천재 화백의 작품들이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6월 K옥션 경매에 나온 이중섭 작품 ‘물고기와 석류와 가족’은 최종 낙찰가 6억5000만 원을 기록했다. 같은 달 손상기의 작품 ‘정동 풍경’은 8400만 원에 판매됐으며, 지난해 1월 경매에 부쳐진 구본웅의 ‘고행도’는 23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활발한 활동을 해야 할 나이에 요절한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의 못다 피운 재능을 기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짧은 경력 동안 많은 작품을 남기지 않았기에 희소성이 더 커지는 것 역시 가격 상승 요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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