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살인의 추억'중

입력 2009-02-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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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강호순(38)의 무차별 살인 행각은 사이코패스(Psychopath)적 양상으로 분출됐다. 반사회학적 인격장애인 이 정신병은 ‘묻지마 살인’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7명의 부녀자를 납치, 살해했다고 자백한 강씨의 연쇄살인은 사이코패스의 전형을 드러냈다.

사이코패스는 스릴러 범죄 영화 장르에서 흔한 소재다. 과거에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로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국내영화에서도 사이코패스형 범죄물을 쉽게 볼 수 있다. 한의 정서와 결부시켜 살인을 풀어갔던 한국영화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이유 없이 살인이 진행되는 사이코패스적 형태로 변화했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 죄책감 상실한 살인을 저지른다.

한국에서는 영화 ‘살인의 추억’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1986~1991년 경기 화성 일대에서 벌어진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2003년 개봉한 이 영화는 범죄의 잔혹성을 고발한 동시에 모방범죄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영화 ‘추격자’가 ‘살인의 추억’의 계보를 이었다.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화성 연쇄 살인사건 등을 응축한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세워 연쇄 살인을 풀어냈다. 출장마사지로 생계를 잇는 여자들을 상대로 살인을 저지른 유영철의 살인 방식을 모티브로 했다.

할리우드 영화 가운데는 ‘양들의 침묵’이 대표적 사이코패스물로 분류된다. 자신의 환자를 살해하고 인육을 조리해 먹는 ‘렉터’ 박사는 엽기적 살인마의 대표격이다. 이후 ‘쏘우’ 시리즈의 천재 살인마 ‘직쏘’가 광기적 살인마의 계보를 이었다. 톱으로 발목을 자르고 전기 드릴로 두개골을 절단하는 등 잔인함의 극치를 보였다.

배트맨 시리즈의 최신판 ‘다크나이트’의 ‘조커’도 심각한 사이코패스 기질을 보인다. 살인 자체에 희열을 느끼며 살생을 즐기는 ‘조커’에게서 반사회학적 인격장애의 전형이 발견된다. 돈을 목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여느 살인마들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살인을 위한 살인, 이것이 바로 사이코패스다.

할리우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도 섬뜩한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등장한다. 공기총을 안고 다니며 닥치는 대로 살인을 저지르는 비정상적인 인물이다. 이 영화만의 섬뜩한 스릴과 무거운 메시지는 2008년 아카데미 작품상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사이코패스를 다룬 영화들은 모방범죄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연쇄살인범들은 사이코패스물을 보며 범행에 동기 부여를 하기도 한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컴퓨터에는 ‘양들의 침묵’ 등 잔혹한 살인범을 다룬 영화들이 저장돼 있었다고 한다. 연쇄살인범 정남규의 집에도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비디오물이 다량 발견됐다.

뿐만 아니다. 2004년 발생한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은 ‘살인의 추억’의 한 장면을 떼어 놓은 듯이 닮아 있었다. 옷이 벗겨진 상태로 배수관 안에서 발견된 시신은 영화 속 대표 장면을 연상케 했다. 미국에서는 영화 ‘쏘우’에 심취한 한 대학원생이 총기를 난사해 2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도 있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에서도 사이코패스를 찾아볼 수 있다. 영화 ‘트랩’ 속 사이코패스는 여성들만 골라 납치한 뒤 손발을 자르고, 눈과 혀를 뽑는 잔혹한 인물로 묘사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체인질링’의 진실에는 한 남성의 인격장애가 숨겨져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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