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침체로 경유 수요 감소 영향…휘발유 수요 증가도 원인
세계금융위기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 휘발유가격(옥탄가 92)이 국제 경유가격을 뛰어넘는 이례적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실물 경기침체로 공장가동이 멈추는 등 가동률이 떨어짐에 따라 경유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휘발유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0일 한국석유공사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9일 현재까지 국제휘발유 가격이 국제 경유가격을 앞지르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2004년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 등으로 인해 경유(산업용) 수요가 급증해 국제 석유제품 현물시장에서 경유가격이 휘발유가격을 앞지른 이후 5년래 처음있는 일이다.
실제로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휘발유가격은 지난 2일 배럴당 54.77달러로 국제경유가격(53.09달러)를 배럴당 1달러 이상 앞지뤘다. 이후 9일 현재 국제휘발유가격은 배럴당 56.26달러로 국제경유가격 54.47달러에 비해 배럴당 2달러 가량 높은 상태다.
이에 대해 이문배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시장분설실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확산된 제조업 불황으로 인해 경유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실장은 또 "휘발유 수요는 대부분 승용차 연료로 사용되는 반면 경유 수요는 절반가량이 산업용 연료로 사용돼 경기불황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중심으로 한 휘발유 공급 감소 및 수요 증가로 인해 국제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는 것도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 실장은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지역의 정제공장에서 예년보다 빠르게 정기보수에 들어가 공급물량이 감소한데다 중국 춘절과 호주의 휴가시즌으로 인해 아태지역 수송용 물량이 증가하면서 국제휘발유 가격이 급등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휘발유가격의 역전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7월 국제휘발유가격이 배럴당 145달러대를 기록했을 때 국제경유가격이 180달러선에 육박했던 점에 비춰 본다면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최고점을 찍은 후 급락하는 등 국제석유제품 가격의 변동이 심해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휘발유의 일시적 수급상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가격 역전 현상이라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이전과 같이 국제경유가격이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석유공사 관계자도 "국제 석유시장 자체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지난해 말 저평가됐던 국제휘발유 가격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