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 "국경 높아지지만…문학은 통합의 무기"

입력 2021-11-2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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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는25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4·5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 작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룬다티 로이(왼쪽에서 두 번째)와 예니 에르펜베크(왼쪽에서 네 번째)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문학은 통합의 무기이지 분열의 무기가 아니다." (아룬다티 로이)

"격차를 극복해야 하지만 국경에 장벽이 세워지고 있다." (예니 에르펜베크)

25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4ㆍ5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받은 아룬다티 로이(인도), 예니 에르펜베크(독일) 작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가 국경을 높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두 작가의 언어와 표현은 달랐지만 국제 사회 경계가 선명해지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통일문학 대표 문인인 고(故) 이호철 작가를 기리기 위해 2017년 은평구에서 제정한 상이다. 분쟁, 차별, 폭력 등 지구촌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행동을 실천하는 작가에게 상을 준다. 선정위원회는 지난해 인도 출신인 아룬다티 로이를, 올해는 예니 에르펜베크 작가가 수상자로 선정했다.

로이는 최근 작품 '지복의 성자'에서 인도 역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소설로 담았다. 1997년 '작은 것들의 신'으로 데뷔한 후 작품 활동을 멈추고 세계화와 신제국주의, 소수자 탄압과 카스트 제도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 이날 수상소감에서도 코로나19로 가속하는 고립과 격차에 대한 근심을 내비쳤다.

그는 "문학의 진짜 의미는 통합의 무기이지 분열의 무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인종과 종교와 젠더, 빈부의 경계를 보여줬다"며 "인도에서는 갑작스러운 봉쇄 조치로 성경에서 볼 수 있는 ‘엑소더스’(대탈출)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가 봉쇄 조치를 단행하면서 농촌에서 도시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수십㎞를 걸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인도 경찰이 구타를 자행했다고 덧붙였다.

로이는 문학의 목적이 단순히 독자를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는 "때로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어떤 사람이 누리고 있는 편안함을 흔들어 놓는 게 목적"이라며 "내가 비소설을 쓰면 특히 남성들은 작가가 이런 문제에 대해 글을 쓸 권리가 있는지 물었다"고 설명했다.

▲아룬다티 로이(왼쪽)와 예니 에르펜베크가 기자회견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에르펜베크 저서 '모든 저녁이 저물 때’에서 전쟁과 폭력을 고찰했다. 동독 출신인 예르펜베크는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난민 문제에도 관심을 보인다. 각국이 국경에 장벽을 세워 외부 유입을 막으려는 변화가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예르펜베크는 "'모든 저녁이 저물 때'는 전환과 죽음을 관통한다"며 "아무것도 아닌 사건과 일이 구체적으로 한 개인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죽음이란 무엇인지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독과 서독이 통일된 후 자신이 겪었던 일련의 경험들을 회상하며 분반된 한반도를 바라봤다. 예르펜베크는 "한국에서 통일이 되면 동등한 자세로 만나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평온한 건 행운"이라며 "전 세계에 자원이 불공평하게 분배돼 있고, 이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국경에 장벽이 세워지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럽 난민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에 대해서는 "동독 국민은 통일 후 서독인이 되는 방법을 배워야 했고, 동독 입장에서는 통일이 아니라 편입이라고도 생각했다"며 "난민은 아니었지만 타인 취급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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