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지옥문 열렸다]②막 내린 제로금리..부실기업 줄도산 우려 ‘위험한 부메랑되나’

입력 2021-11-25 07:03수정 2021-11-2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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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는 금리 인상…부채비율 높은 상장사 걱정도 커져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 기준금리를 1%로 전격 인상했다. 제로금리 시대가 1년 8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시장에서는 기업부채 문제가 경제를 흔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의 부채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면, 내야 할 이자비용 부담이 커져 자금난으로 이어진다. 재무구조가 부실한 한계기업들의 줄도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기업대출 급증...한계기업과 ‘전쟁’=국내 기업들의 부채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달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 월별 기업대출 증가액은 지난달 10조3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4년 통계 작성 이래 기록된 역대 10월 기준 증가액 중 사상 최대치 수준이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기업부채 수준이 높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세계 주요 국가 37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 기업의 부채 비율은 상위권에 속했다. 비금융기업의 부채 비율은 2분기 한국은 115.0%로 홍콩(247.0%), 중국(157.6%), 싱가포르(139.3%), 베트남(125.0%)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빚을 늘린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이달 금융연구원은 내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기업부채를 한국 경제 리스크로 꼽은 바 있다. 이자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 비중인 약 4%포인트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한 해 영업이익과 그 해 갚아야 할 이자 비용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다는 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사실상 한계기업으로 분류되며, 부실한 기업이 살아남아 경제 성장을 방해한다는 뜻에서 ‘좀비기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 돈을 벌어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은행의 이자를 못 내는 한계기업은 10곳 중 4곳에 달한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 비중은 41%로 전년(36.6%)보다 4.3%포인트 늘어났다. 금융연구원 연구 결과는 금리 인상 후 이보다 더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자 유예를 신청하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이자유예를 신청한 기업은 2495개사, 이자유예 규모는 326억 원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내년 3월 이후다.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코로나19발 금융지원 조치가 만료되는 내년 3월에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생사기로에 놓이게 된다. 기업대출이 제대로 상환되지 않을 경우, 이는 은행의 건전성 리스크로 나타날 수 있다.

금융연구원 김영도 은행·보험연구1실장은 “코로나19 금융지원의 종료, 이전부터 이어진 신용확장 국면이 자산 건전성에 미치는 중장기적인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경영전략이나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부채비율 높을수록 ‘빨간 불’ = 금리 인상 후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은 기업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업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게 측정된 항공업,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 등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아시아나항공으로 나타났다. 3,802.46%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30.91%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관광개발(1,108.8%), 티웨이항공(855.84%), 하나투어(519.41%)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에서는 디딤(2,766.5%), 코다코(1,384.82%), 베스파(1,333.52%), 코나아이(1,248.48%), 케이프(1,106.43%) 등이 부채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리 인상에 따라 3월 종료되는 코로나19 대출만기 연장, 이자 유예도 지켜보고 있다”며 “유동성이 취약한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내년 정책적 지원 종료 등 여러 가지 결정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 자세히 검토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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