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2030마음, 그렇게도 모르실까

입력 2021-11-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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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정치팀장

“문제 있으면 지적하시고, 야단칠 것 있으면 야단도 쳐 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을 낮춰 2030도 대선 출마가 가능하도록 하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두 후보의 행보는 온통 ‘청년’으로 가득 차 있다. 매의 눈으로 두 후보를 샅샅이 살펴볼 ‘최후의 중도층’ 2030은 막판까지 공을 들여야 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한시도 이들의 요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청년 정책들도 대거 쏟아내고 있다. 이 후보는 난데없이 가상자산을 앞세웠다. 가상자산 규제가 “청년 자산 증식 기회의 차단”이라며 과세 시점 유예, 공제 한도 상향 등을 내걸었다. 윤 후보는 대선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부모 찬스 없애겠다며”며 투명한 입시, 공정한 취업 기업, 나아가 청년을 향해 “국정 파트너이자 정책 기획자가 될 것”라고도 했다.

이들은 바쁜 와중에 야구장으로도 달려갔다. 두 후보의 2030을 향한 구애는 눈물겹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이 2030은 영 와닿지 않는가 보다. 두 후보에 대한 2030세대 호감도는 10~20%대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이들은 “표심 얻으려는 정치쇼가 아닌지 지켜보겠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또 후보들의 실수, 실언에 더욱 집중하며 질타한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두 후보는 헛다리를 짚고 있는 것일까. 미안하지만 정답은 “그렇다”에 가깝다.

정말로 2030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오픈한 청년 플랫폼 ‘청년의꿈’을 통해 홍 의원은 이들에게 자신의 지지 이유를 물었다. 본인도 도대체 왜 이렇게 2030에게 인기가 많은지 궁금했을 것이다.

상당수 공통된 의견이 나왔다. 이들이 내놓은 답변 중 다수가 “쓸데없는 환심성 청년 공약 없는 것”, “청년을 표로 보지 않는 것”, “변명 않는 것, 솔직함” 등이었다.

놀랍게도 두 대선 후보는 2030이 원하는 방향과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2030은 생각보다 후보들의 공약을 훨씬 더 꼼꼼하게 보고 있었다.

전반적인 대선 공약에 대한 이들의 평가도 냉철하다. 이들은 포퓰리즘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는 공약을 원했다. 아무리 “2030을 위한 공약”이라고 한들 이들은 귀신같이 ‘포퓰리즘·사탕발림 공약’이라는 걸 알아챈다.

2030은 이구동성으로 ‘미래지향적인 정책’, ‘논리적인 정책’, ‘국민과 국익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 ‘현실에 와닿는 정책’을 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 ‘계파, 표, 당에 휘둘리지 않는 정치인’, ‘패거리 정치를 안 하는 정치인’을 원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자, 이쯤 되면 감이 올 것이다. 우선 순서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2030이 원할 것만 같은 공약·행보’를 예측하는 데 에너지를 쏟지 말고 ‘2030 입장에서의 역지사지’를 우선시하고 반복해야 한다. 이는 필수요건 중 하나일 뿐, 만능은 아니다. 2030은 얕은수에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이 옳다고 판단하는 순간, “제발 오지 말라”고 해도 올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을 외치는 2030의 진심에 홍 의원도 놀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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