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물류 이중고 덮친 전자업계…삼성ㆍLG도 못 피했다

입력 2021-11-18 15:11수정 2021-11-1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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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ㆍLG 철, 패널 등 원재료 가격 연쇄ㆍ동반 상승
2년새 물류비도 일제히 증가
매출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일제히 하락
반도체 업계서도 우려의 목소리 나와
“상승 압력 완화할 대책 마련해야”

산업계 불확실성으로 떠오른 원자재, 물류비 상승이 국내 전자업계 수익성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기업으로선 제어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복합적이면서도 연쇄적으로 맞물려 나타나는 양상이라 기업 경영환경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전자업계 대표 기업들이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3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큰 폭의 원자재·물류비 상승 현황을 가늠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기준 CE(생활가전) 사업 부문 주요 원재료인 TVㆍ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전년 대비 약 68% 상승했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패널 매입액 역시 작년 3조8647억 원에서 올해 7조9225억 원까지 급증했다. 전체 원재료에서 매입액이 차지하는 비율도 23%에서 34%까지 훌쩍 뛰어올랐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부터 패널을 이루는 구동칩 등의 가격이 올해 멈출 줄 모르고 오른 영향이다.

LCD 패널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전인 재작년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2019년 3분기 삼성전자 CE부문 TVㆍ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매입액은 2조3500억 원, 매입액 비율은 15% 수준이다. 2년 만에 패널 구입을 위해 쓴 비용만 3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펜트업(보복) 수요로 인해 TV 판매량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패널 가격 상승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이 크다.

▲LG전자의 첫 미니 LED TV인 LG QNED MiniLED (사진제공=LG전자)

LG전자 역시 가전제품 골조를 이루는 철(24.6%)부터 시작해 레진(21.2%), 구리(14.6%) 가격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철 매입액 비중도 지난해 7.9%에서 13.2%로, 레진은 4.2%에서 6.8%까지 올랐다.

TV사업부 주 원재료인 LCD 패널 가격도 44.2% 상승했고, 전장사업 내 AVN(오디오ㆍ비디오ㆍ네비게이션) 제품에 쓰이는 LCD 패널 가격 역시 40% 넘게 올랐다. 매입 비중 역시 각각 43.4%에서 62.5%, 17.6%에서 18.1%까지 치솟았다.

물류 내역을 포함하는 운반비 내역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급격히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운반비는 2019년 5086억 원에서 지난해 6048억 원까지 늘었고, 올해 7491억 원까지 늘었다. LG전자 역시 2019년 4311억 원에서 지난해 5529억 원으로 소폭 늘었다가, 올해 8437억 원까지 급증했다.

원자재·물류비 상승은 이미 기업 수익성 기조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 사업 매출은 3분기 각각 14조1000억 원, 7조6011억 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높았다. 특히 LG전자 가전사업부 7조 원 매출은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각각 7600억 원, 5054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일제히 줄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에어드레서 (사진제공=삼성전자)

두 기업 모두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일제히 원자재·물류비 등 제반 비용 상승을 수익성 하락의 이유로 들었다. 특히 LG전자는 “물류비 상승이 매출 기준 전년 대비 2% 영향을 미쳤다”라고 콕 집어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이 최소 내년 상반기, 길게는 1~2년 소요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수익성 악화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내놨다.

중견 가전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위니아딤채 역시 이번 3분기 전년보다 9% 상승한 2800억 원 수준의 매출액을 거뒀지만, 영업이익은 47% 감소한 104억 원에 그쳤다. 회사 측은 영업이익 급감에 대해 국내외 주요 원자재 가격 급등과 가전 반도체 수급 이슈 및 글로벌 물류대란 등의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화/뉴시스)

우리나라 수출을 떠받치는 반도체 산업에선 수치상 유의미한 수익성 악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요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3분기까지 지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 원자재인 기판 가격 상승세가 여전하고, 일각에선 내년 실리콘 웨이퍼 부족 현상이 도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이례적으로 4분기 시설투자 규모에 대해 말을 아끼며 “부품 수급,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내년 시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주 많다”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역시 분기보고서에 “파운드리 업체의 경쟁적인 생산능력(CAPA) 증대 발표로 반도체 원자재의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베이징 올림픽을 대비한 전력 규제로 인해 중국 광물(원소재)의 공급량이 감소하고 있어 세계 원재료 단가 상승폭 증가가 예상된다”라고 적시했다.

지난해 “향후 시장은 중장기 반도체 시장 상황에 연동한 수요자ㆍ공급자 투자 규모 결정에 따라 가격 유지ㆍ하락 추세가 결정될 것”이라는 유보적인 입장과 비교하면 시황에 대한 우려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류비, 원자재 등의 문제는 개별 기업이 제어하기엔 한계가 있는 문제"라며 "그간 쌓아온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역량을 통해 물류난 해결과 원자재 수급에 각 기업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거시적인 면에선 한계가 있는 것도 분명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내년 실적을 좌우하는 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 전문가들 역시 원자재 수급, 물류 안정화에 그 어느 때보다 기민한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때라고 강조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응한 원자재·소재ㆍ부품ㆍ장비의 수급 안정 노력을 경주해 경제 내 비용 상승 압력을 완화시켜야 한다”라며 "원가 관리 시스템 구축, 전사적인 사내 비용 절감 캠페인 실시, 재고 관리의 효율성 증대 등과 같은 비용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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