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수능 출제위원의 ‘슬기로운 감금생활’

입력 2021-11-1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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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일인 17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수험표 배부 장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이란 기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들은 이날 전국 시험장에서 예비소집을 거치고 수험표와 수험생 유의사항 등을 안내받는다. 수능은 그간의 노력을 단 하루 만에 평가받는 시험인 만큼 긴장되는 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부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어 한편으로는 기다려지는 날이기도 하다.

수험생처럼, 어쩌면 수험생보다 더 수능이 다가오길 기다린 사람들이 있다. 바로 수능 문제 출제위원들이다. 수능의 핵심이 공정성이기에 문제 유출 가능성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출제위원들은 수능을 앞두고 일정 기간 감금 생활을 한다.

약 한 달 감금 생활...외부 연락 ‘불가능’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수능 출제위원들은 수능 36일 전인 10월 초부터 모처에서 감금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금 기간은 2019년 당시 역대 최장 기간인 46일에서 2020년 41일, 올해 36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으로 수능 출제위원, 문제 검토위원 등 500여 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하고 의료진도 함께 합숙하는 등 조금 더 까다로워진 합숙 생활을 했다. 올해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합숙 시작 전 백신 접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숙 장소는 보안 사항이라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합숙이 시작되면 출제·검토위원들은 외출하거나 통신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직계가족이 숨진 경우에도 보안요원, 경찰관과 동행해 장례식장에 몇 시간 다녀오는 것만 허용될 정도로 외부와의 접촉이 제한된다.

인터넷은 문제 출제에 필요한 정보를 찾을 때 보안요원 감시 아래 사용할 수 있으며, 음식물 쓰레기조차 보안요원의 점검을 거친 뒤에 버려질 만큼 철저한 보안 속에서 생활한다. 사실상 외부와 연락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처럼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하는 출제위원들은 수능 당일 마지막 교시인 5교시 시험 시작과 함께 약 한 달 간의 합숙 생활을 마친다.

한국사 강사 최태성이 직접 밝힌 감금 생활 “목적지도 몰라”

▲지난 2일 방송된 KBS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한 한국사 강사 최태성이 자신의 수능 출제위원 생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출처=KBS 유튜브 캡처)

지난 2일 방송된 KBS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한 한국사 강사 최태성은 직접 경험했던 수능 출제위원 생활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태성은 “감금되지 않냐”는 질문에 “맞다. 특정 지역으로 모이라고 한다. 목적지는 모르고, 가방을 들고 어느 지역에 간다. 그러면 버스가 있다. 거기 탑승한다”고 밝혔다. 출제위원 본인조차 목적지를 모르는 것이다.

이어 “연락은 어떻게 하냐”고 묻자 “못 한다. 인터넷도 못 하고, 그 안에서 한 달 좀 넘게 있는다. TV는 나오고 모인 분들과 대화도 할 수 있다. 전자기기만 없다고 보면 된다”며 “그런데 음식이 너무 잘 나온다. 사육당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제위원들이 어떤 노력으로 문제를 만드는 지도 공개했다. 최태성은 “출제자와 검토자가 있는데, 중요한 건 하나의 문제가 완성될 때마다 다른 과목 출제자들도 문제를 검토한다”며 “내가 출제하고 내가 문제를 보면 오류가 안 보인다. 그런데 다른 과목 출제자들은 수험생의 눈으로 잡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 문제를 위해 100여 명이 검토한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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